아코가 아무튼 선생 좋아하는 이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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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도시락 잘 먹었어, 아코."
"맛있게 드셔주셨다니 저야 말로 감사하네요. 혹시 다음에 드시고 싶은 메뉴는 없으신가요?"
"메뉴?"
"매일 식단을 생각하는 것도 일이라서요. 사놓은 식재료도 다 처리한 김에 리퀘스트라도 받으려고요."
"쌓인 식재료를 다 썼으면 더 안 만들어줘도 되는데."
"읏. 도와주셨으니까 그 보답을 드리려는 건데 뭔가요, 그 반응은?
제가 만든 도시락이 맘에 안 들기라도 했나요!?"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러니까 메뉴는... 닭튀김이 좋을 거 같네."
"하아... 선생님 정말 닭튀김 좋아하시네요. 만들어드릴 때마다 잘 드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티가 났나."
"표정을 통해 생각을 읽는 건 저 같이 유능한 행정관에겐 기본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선생님. 너무 기름진 것만 좋아하시는 건 아닌가요?"
"하하... 채소도 남김 없이 먹고 있어..."
*
선생님께 도시락을 만들어드린지 한달째.
혹시라도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평소에 무얼 드시는지도 자연스레 물어보거나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서 드실 때 반응을 살피다보니
순조로이 선생님의 식단을 제 관리하에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앞으로의 관계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겠죠, 후후.
다만 걱정인 건 선생님이 생각보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는 거네요.
직장인은 생활 패턴 만큼이나 입맛도 단조로워지기 쉽다지만
피망 골라내는 어린애도 아니고 자극적인 음식만 좋아해서야...
근데 또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표정으로 드시니까 뭐라 하기도 어렵고,
하여간에 아부하는 것만 늘어서 곤란하다니까요.
더군다나 같은 메뉴로 2인분씩 만들고 맛을 보다 보니 (부장님께는 따로 스페셜한 메뉴를 드린답니다)
저도 늘 선생님이랑 같은 메뉴를 먹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럼 좀 더 저를 배려해서 메뉴 선정을 할 수는 없는 건가요!?
하아... 또 너무 흥분해버렸네요.
게헨나 선도부 선임행정관, 저 아마우 아코가 업무 중에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선 안 되죠.
커피라도 마시면서 진정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아코 행정관. 커피 드시려는 거면 타드릴까요?"
"아, 치나츠 씨. 저는 밀크 커피에 설탕도 부탁드릴게요."
"밀크 커피에 설탕을요...?"
"왜 그러시죠?"
"아뇨, 그냥.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뭐죠, 방금 치나츠 씨 반응은...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들고...
"아아~ 문제아 녀석들, 진짜 귀찮게 한다니까. 피곤해 죽겠어."
"고생했네요 이오리 씨."
"응. 둘이 커피 마시는 거야? 치나츠, 나도 부탁할게."
"네. 아코 행정관, 먼저 나왔어요. 밀크 커피에 설탕."
"어라. 아코쨩 원래 에스프레소만 마셨잖아."
"네? 뭐, 전에는 그렇긴 했지만... 아까 치나츠 씨도 그렇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야 평소엔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해이해져서 일이 잘 안 된다면서."
"저도 신기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뭐, 뭐죠? 그냥 커피 취향 바뀐 거 갖고 그렇게까지... 신종 괴롭힘인가요?"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커피 취향이 선생님 말고 또 있구나 싶어서요."
"!?"
"뭐야, 선생은 밀크 커피에 또 설탕을 넣어 마셔?"
"네. 아침을 안 먹을 때 이렇게라도 당을 공급하면 기운이 난다면서요."
"하여간에. 커피로 식사를 대신하면 어쩌자는 거야."
"저도 걱정돼서 주의를 드리긴 했는데, 다행히 요즘은 식사를 잘 챙기시는 거 같더라고요."
"다행이네. 그럼 아코쨩은 뭐야? 선생 따라하는 거?"
"그럴 리가 없잖아요!!!"
"우왓,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진정하세요, 아코 행정관. 선도부원들도 다 듣고 있는데..."
"저는 요즘 일 때문에 너무 피로한 나머지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걸로 선생님을 따라한다느니... 유언비어가 퍼지는 건 두고 볼 수가 없군요!"
"유언비어까지야... 그냥 농담한 거잖아."
"다시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다음 번엔 반성문이니까!"
"억지잖아!"
"아코 행정관... 커피가 식어버려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그런 결론에 다다르는 거죠!?
제가 선생님을 따라한다니! 절대 그럴 리가 없죠!
설마 그런 건가요? 요즘 선생님께 도시락을 만들어 드리고
계속 같은 메뉴를 먹다 보니 커피 취향까지 물들어버렸다?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에요!
후우... 진정하죠. 이래서야 업무에 지장이 오겠어요.
하필 이런 날에 샬레 당번 학생으로도 가야 한다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다는 티를 내선 안 되겠죠.
"아코 왔구나. 마침 커피 마시려고 했는데."
"...... 커피 말인가요."
"응. 같이 마실래?"
"에스프레소요!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로 타주세요!"
"어, 어? 무슨 일 있었어?"
"읏... 아무 일 없었어요! 아무튼 에스프레소로 달라고요!"
제가 선생님을 따라한다느니, 입맛이 변했다느니 그럴 리가 없죠!
당분! 네, 최근 당분 보급이 늘어서 정신이 해이해진게 분명해요!
그럼 다시 카페인을 보충해서 원래대로 되돌리면 될 일!
간단하죠! 간단한데...
"...... 너무 쓰잖아요! 커피 잘못 타신 거 아닌가요!?"
"...... 그야 에스프레소니까."
나는 쓴 커피는 못 마시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