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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21:06

블루아카) 아무튼 아무 일 없었다고요!

조회 수 460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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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가 아무튼 선생 좋아하는 이야기 시리즈

https://www.newri.net/free/122537

 

 

 

"하아. 오늘은 제때 일이 끝나서 다행이네요."

"응. 급한 일들은 다 끝났으니 당분간은 좀 여유로울 거 같아."

"평소에도 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신다면 늘 여유롭겠지만요."

"하하... 아코는 집에 가면 보통 뭘 해? 드라마 같은 거 봐?"

"그런 걸 볼 시간이 어디 있나요. 씻고 나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다음 날 준비를 하고 나면 잘 시간도 부족한데."

"음. 퇴근 후에는 잘 쉬는 게 좋아."

"선생님이랑 달리 저는 당장 내일 아침에도 일이 산더미 같거든요.
다음 날을 위한 자기 관리는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자기 관리의 일환이야."

"윽... 그걸 누가 모르는 줄 아시나요? 선임행정관이란 원래 그런 자리라고요!
안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선도부원들은 도움도 안 돼서 바빠 죽겠는데."

"아코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모든 걸 혼자서 해낼 수는 없어.
좀 더 다른 사람들을 믿고 맡기도록 해. 그게 나라도 좋고."

"...생각은 해보도록 하죠. 그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코도 수고했어. 조심해서 돌아가."


*


하룻동안의 업무도 끝이 나고, 드디어 여유로운 시간.

여느 때보다 일찍 샬레 사무실에서 내려와 올려다 보는 하늘은...

이 얼마나 상쾌한지! 이 시간이면 게헨나로 돌아가도 아직 환하겠네요.

정말 오랜만에 여유롭게 목욕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보도록 할까요.

시간이 남으면 한동안 못 했던 히나 부장의 사진 콜렉션 정리도 하기로... 했는데...


"하아......"


샬레 근처 역으로 가는 전철... 이걸 하루에 두 번이나 탈 줄은 몰랐네요...

진짜... 만마전 너구리 녀석들! 샬레에 그런 중요한 서류가 있다는 걸 업무시간이 끝나서야 말해주면 어떡하냐고요!

이건 더 이상 태만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분명 제 안락한 저녁을 방해하기 위한 술수겠죠!


선생님이 연락만 받았어도 내일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는데... 하필 이럴 때 전화도 모모톡도 받지 않으시고...

안 봐도 뻔하죠! 업무 끝났다고 신나서 놀러나갔거나, 실컷 농땡이나 피우고 있을 거예요!

저는 지금 퇴근 시간에 또 출근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저녁을 즐기다니!

분명 사무실도 다 잠가놓고...


끼익-


어라? 선생님이 안 계시다면 문이 이렇게 간단히 열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요. 왠지 달짝지근하면서 묘한 냄새도 나고.


"선생님 계신가요? 중요한 서류가 있어서 가지러 왔는... 꺄악!?"


업무가 끝난 샬레 사무실에... 선생님이 쓰러져계셨습니다.

책상 위에는 택배 상자들이 가득하고, 쓰러진 선생님 옆에는 수상한 병이 나뒹구는 상황.

한 가지 떠오른 가능성은... 독살!


"선생님! 선생님! 정신 차리세요!"

"으으..."

"다행히 의식은 있어... 기다리세요! 당장 구급의학부를 부를 테니!"

"우으... 아코..."

"네, 선생님!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물... 물 좀 갖다줘..."

"네? 물이요?"

"물 좀... 딸꾹..."

"...딸꾹?"


순간 정신을 차렸습니다. 냉정해지니 붉은겨울 학원의 라벨이 붙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는 병이 다시 눈에 들어오더군요.

병에 남은 내용물은 겉보기엔 주스. 사무실에 들어올 때 맡은 냄새는 여기서 난거였네요.

달짝지근한 건 과일 냄새, 그리고 가까이서 맡으니 독하게 풍기는 이 냄새는...... 알코올.
네. 이건 술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들은 기억이 나네요. 붉은겨울 학원에는 구교사에 모여 사는 정학생들이 있는데, 그 중에 밀주를 빚는 학생이 있다고...


"뭐냐고요 대체! 학생이 술 마시지 말라고요!"


그러니까 이건가요? 일이 끝난 선생님은 뒤늦게 택배들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붉은겨울 학생이 보낸 술이 들어 있었고, 그걸 마시다가 취해서 쓰러졌다?


"어른이 마시고 뻗을 정도로 독한 술을 학생이 만들지 말란 말이에요!!
미식연구회도 안 할 짓을 하다니, 붉은겨울 구교사는 어떤 곳이죠 대체!?"


하아, 정말... 걱정했던 게 다 무안해졌어요. 아무리 퇴근 시간이라지만 뻗을 정도로 술을 마시다니.

그냥 취한 거면 냅둬도 별 일도 없겠죠.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서류나 챙겨서 돌아가야...


"우으... 아코..."


돌아가야... 하는데...


"아 진짜... 이거 정말로 빚으로 달아둘 거예요? 나중에 갚으라고 할 거니까 기억하시라고요!"

"아코, 물..."

"네, 여기 물이요. 얼른 드시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주세요."

"응... 캬아... 시원하다..."

"다 드셨으면 내려가시죠. 침대에 눕혀만 드리고 저도 돌아갈 거니까."

"아코... 손..."

"알았어요. 부축 정도는 해드릴 테니까 너무 엄살 피우진 말아주시길. 설마 업어달라는 건 아니겠죠?"

"아니, 손..."

"네?"

"손 줘야지... 아코, 손..."

"뭐, 뭐라고요?! 지금 저를 강아지로 보시는 건가요!?"

"아코는 강아지처럼 귀여우니까..."

"되도 않는 칭찬마세요! 그 손도 치우시고요!
기가 막혀서... 전에 그 일은 잊어달라고 제가 분명 말씀드렸는데...!"

"손 안 줄 거야...? 응...?"

"읏...!?"


왜, 왜 이런 걸 갖고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죠!?

평소에는 절대 그런 표정 짓지 않으면서 치사하게... 아니, 교활하네요! 정말 교활하고 고약한 술버릇이에요!

하지만 뭐... 어차피 부축하려면 손은 잡아야하고... 잠깐이면 상관은 없겠죠.


"자, 여기요. 됐나요?"

"후후후..."

"겨우 이런 거 갖고 좋아하시다니. 단순한 건지 취미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군요.
해달란대로 해드렸으니 이제 그만 귀찮게 하시고 방으로 가시죠.

"우리 아코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착하다 착해~"

"무, 무슨 짓인가요 이게!? 머리 헝클어지잖아요!"

"아코는 머릿결도 부드럽네... 눈도 이쁘고..."

"잠깐...! 지금 얼굴이 너무 가까운데요!? 아니, 제가 의식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고... 냄새! 술냄새가 풍긴다고요!"

"있잖아 아코... 아코는 정말 똑똑하고 뭐든 다 잘해..."

"이 상황에 또 무슨 칭찬을 하는 거예요!?"

"그치만 말이야... 다른 사람들을 좀만 더 믿고, 의심하지 말자..."

"......"

"아코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란 걸 알아... 게헨나에서 선도부로 일한다는 건 그런 일이니까...

히나를 보좌하고... 학생들을 선도하느라 늘 열심히 하고 그 만큼 고생하고 있지...

그래서 아코를 오해하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혼자서 너무 애쓰지는 마... 힘들면 언제든 들어줄 테니까... 속으로 삭이지 말고 나한테 말해...

아코가 짊어지는 짐을 얼마든지 같이 들어줄게... 나는 선생님이니까..."


......


"......선생님? 저기, 선생님?"


잠들어버린 건가요...? 이렇게 갑자기? 스위치 꺼지듯이?

대체... 이해할 수가 없네요! 게헨나 선도부 선임행정관, 저 아마우 아코는 관리에 있어서라면 전부 완벽한 사람이지만!

지금 선생님이 하는 말과 행동은 전부 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일들 뿐이에요!

전혀 이해가 안 돼서... 지금 제가 왜 움직이지 못 하는지도...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지도...

왜 얼굴이 자꾸 뜨거워지는지, 지금 드는 이 감정은 무엇인지까지... 전부 모르겠단 말이에요!!


*


"아으... 머리 아파..."

"아침부터 죽을 상은 짓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저까지 머리가 아파오니까요."

"미안... 어제 잠깐 술을 마셨는데 생각보다 독해서..."

"한심하시네요.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올 정도로 술을 드시다니.
아무리 저라도 주정뱅이나 숙취에 절어 있는 사람을 관리하기는 싫은데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학생한테는 손 안 벌리지."

"아... 네... 그러시군요..."

"안 벌리는데... 이상하게 말이지... 어제 꿈에 아코가 나왔거든."

"!!"

"잠깐 손 잡고 무슨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뭐였더라..."

"새, 생각할 필요가 있나요? 어제 저는 일찍 집에 가서 여기 다시 오지도 않았는데."

"뭐 그거야 그렇지만. 되게 중요한 얘기를 한 거 같아서."

"뭘 자꾸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무튼 아무 일 없었다고요!
없었으니까 얼른 일이나 하시란 말이에요!!"

 

 

 

 

 

 

 

 

 

 

계속 쓰다 보니 시리즈 이름 같은 걸 짓는 게 좋을 거 같음.

태그로 지정하면 한꺼번에 보기 쉬우니까.

 

뭘로 할까.

'아무튼'이 들어가면 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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