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아무튼 이건 업무라고요!
아코가 아무튼 선생 좋아하는 이야기 시리즈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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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업무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어제는 한밤 중에 집에 들어갔다고요!"
"그랬구나......"
"하여간에 만마전 너구리 녀석들... 운동장의 잡초들이 무성한 이유와 선도부원들 머리길이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여전히 악의가 느껴지네. 고생했어, 아코."
"아직 안 끝났어요! 오늘 아침에도 갑자기 다음 주에 제출할 서류를 미리 검토하겠다면서..."
"저기 아코. 슬슬 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런가요? 아직 쉬는 시간은 10분 정도 남았으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
"아코가 상관 없다면야 나도 괜찮지만... 평소엔 업무 10분 전부터 준비를 해야 된다고 했잖아."
"오늘은 샬레에서의 업무량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요.
남은 업무량은 항상 파악 중이거든요."
"호오... 그렇구나..."
"뭐죠, 그 미묘한 반응은? ...설마 제 얘기를 듣는 게 지겹기라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시간은 기쁘다고 생각하는데."
"기, 기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아코는 모모톡 프로필에도 '업무 외 연락은 사절합니다' 라고 써놨잖아."
"네. 그건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 먼저 사적인 얘기를 해주거나, 연락을 보내주는 게 선생으로서는 기쁘달까.
학생이 먼저 의지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해."
"......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어?"
"사적인 얘기라니... 선생님은 지금껏 제 얘기들을 사적으로 받아들이셨다는 건가요!?"
"아, 아니었어??"
"당연히 아니죠! 제가 선생님한테 언제 사적인 얘기를 했다는 건가요!
주말에 만나자거나, 좋은 카페를 발견했는데 가보자거나, 그런 얘기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요!"
"아코가 생각하는 사적인 얘기는 그런 거구나..."
"제가 선생님하고 나누는 얘기는 전부 업무와 관련된 것들 뿐이라고요!
서류 업무에 관해서라든지, 선도부와의 다음 업무 협조라든지, 업무 중에 생긴 일에 대한 불만이라든지!"
"마지막은 어느 정도 사적이지 않아...?"
"전혀 그렇지 않아요!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업무 환경에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위라고요!"
"하지만 그걸 얘기하려고 밤 11시에 불러내는 건 좀..."
"그, 그거야! 어차피 선생님이나 저나 둘 다 야근 중이었잖아요!
야근 중에 오고 간 이야기라면 그것도 업무 얘기죠!"
"그렇게 되는 건가..."
"아무튼 착각하지 말아주세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학생과 교사 사이에 사적인 관계라니...
선도부 선임행정관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아직은.
*
그런 일이 있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한동안 당번 학생 일도 없고,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선생님과의 연락도 뜸해지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일도 있었으니...
뭐, 제가 그렇다고 상심했다거나 불안해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요.
오히려 이 상황은 제 계산대로라고 할까요. 지금쯤 불안해 하고 있는 건 선생님이시겠죠.
여러 정황들을 통해 선생님이 저를 좋아하신다는 추측에 이르렀습니다만,
저번 일은 꽤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시더군요. 후후.
'상대방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상대가 나를 의지해주고 있다',
'그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
전부 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때 어쩌면 저 사람도 나를...?
하고 착각하게 되는 전형적인 패턴이죠.
정작 제게 사적인 대화를 더 많이 청하는 건 선생님 쪽인데 말이에요.
업무 중간중간에 쉴 때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시다니,
이건 분명 저를 의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들 아니겠어요?
제가 의도한대로 착실히 따라와주고 계시다니 기쁠 따름이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선생님의 마음을 손에 넣는 것은 시간 문제.
슬슬 다음 단계... '애태우기'로 들어갈 때 입니다.
호감을 품은 상대방과 관계가 진전된다고 생각할 때 쯤 상대방 쪽에서 거리를 둔다...
그때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답답함과 상대방에게 품는 그리움의 감정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극되는 거죠.
마치 견우와 직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말이에요!
사실 논리적으로 파고들자면 바보 같다는 생각 밖에 안 드는 이론이긴 합니다만...
그도 그럴게 보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백번 양보해서 이야기 속에서야 연락수단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렇다쳐도
누구나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요즘 시대에 이런 걸로 애태우는 사람들이 있다니.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이런 게 먹히는 사람이 있다면 한심할 따름이네요.
선생님이 좀 허술하고 얼빠진 부분이 있긴 한데 이게 과연 먹혀들고 있는 걸지...
답답하군요... 선생님과 샬레의 동향은 정보부를 통해 항상 체크하고 있긴 합니다만
제 작전이 통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을 텐데
당장이라고 확인하러 가고 싶지만 제가 먼저 연락을 걸 수도 없고...
"아코 행정관. 여기 이번에 발주 받은 의약품 리스트들 입니다."
"아, 수고했습니다 치나츠 씨. 이번에도 엄청난 양이네요."
"선도부는 전투가 많다 보니 의약품도 많이 사용하게 되니까요."
"물자 확인이며 이래저래 바빴을 텐데 이번 주말엔 잘 쉬다 오세요. 부장님 지시사항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도부 특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들이 있는데 사용하시겠어요?
저번에 드린 온천이용권도 잘 쓴 거 같던데."
"아, 이번에는 미리 정해둔 일정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선생님이랑 만나뵙기로 했거든요."
"...... 선생님이랑요?"
"네. 가끔씩 주말에 만나 같이 휴일을 보내고는 했는데 이번에 시간이 맞아서요."
"아...... 전에도 여러 번...... 그랬었군요......"
"저기, 아코 행정관...? 왜 갑자기 그런 표정을...?"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갑자기 좀 피곤해져서요."
"많이 힘드시면 잠시 쉬었다가 일하시겠어요? 그 사이에 메디컬 체크라도..."
치나츠 씨도 참 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아무 문제도 없는데 말이죠.
그저 선생님의 주말 스케줄을 파악 못했단 사실에 당황한 정도?
"다녀왔어! 으아, 규칙위반자 녀석들 진짜 성가시다니까...
우왓! 아코쨩 표정 엄청나잖아? 왜 그래?"
"이오리 씨까지 무슨 소리인가요. 저는 아무렇지 않답니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 거 같은데. 요즘 바빠져서 피로가 쌓인 거 아니야?"
"최근 스케줄들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요. 부장님께 말씀드려서 휴가를 받으시는게..."
"괜찮다는데도 다들 왜 그러는 거예요! 휴가니 휴식이니, 두 사람 다 선도부로서 너무 해이해졌군요!"
"거, 걱정해주는 거잖아. 너무 화내지는 말라고."
"아까는 부장님께서도 휴일을 잘 보내고 오라고 지시하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지시사항이니까 휴식 또한 업무의 일환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죠! 치나츠 씨는 선생님이랑 놀러갈 생각에 희희덕거리기나 하고!"
"희, 희희덕거린 적은 없어요...! 저는 그저..."
"이오리 씨도 그렇습니다! 선도부원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 하고 있어요!"
"왜 불똥이 나한테 튀는 건데!?"
"저번 여름 합숙 때 바닷가에서 선생님이랑 모래찜질을 하지 않았나요?"
"그걸 어떻게!?"
"선생님의 휴대폰을 뒤졌더니 사진이 나오더군요. 수영복을 입고 오질 않나, 몰래 땡땡이를 치지 않나.
그러다 만마전한테 트집이라도 잡히면 어쩌려는 건가요!"
"그 사진을 아직 안 지웠다고!? 그 변태가 진짜!!"
"아코 행정관, 선생님의 휴대폰을 멋대로 보시면 안 돼요..."
"하아... 이미 지나간 일이랑 예정된 휴일로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두 사람 다 요새 너무 풀어져 있어요."
"이미 실컷 뭐라 해놓고..."
"이오리, 쉿..."
"이게 다 선생님이랑 너무 사적으로 친해져서 그런 겁니다!
풍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거리감은 조절할 수 있어야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어요!"
"또 뭘 하려는 건데 아코쨩."
"이 시간부로 선도부원과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업무들은 전부 제가 맡겠습니다!
부장님은 바쁘시고, 여러분은 공사 구분을 못 하니 이 방법 밖에 없겠네요!"
"또 터무니 없는 일을 벌이는 건가요..."
"이건 다 업무를 위해서예요! 알았죠? 당분간 여러분은 선도부와 게헨나 내부 일에만 집중하도록 하세요! 이상!"
설마 제가 안 보는 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역시 선생님한테서는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겠네요.
풍기가 문란한 사람과 붙어있으니까 선도부 전체의 기강이 풀어지는 게 분명하다고요.
선생님을 상대로도 풍기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건 아마 저랑 부장님 정도겠지만...
부장님은 늘 바쁘시니 이런 일로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죠.
선생님의 전담 마크는 저, 게헨나 선도부 선임행정관 아마우 아코가 맡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선도부 관련 일에는 전부 찾아오겠다고?"
"그렇게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선도부원들에게 어쩐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요."
"그런 걸 본인 앞에서 이야기 해도 말이지..."
"이미 일정은 조율해놨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게헨나 주변 순찰 업무가 있으니 확인해주세요!"
"흐음. 저기 아코, 질문이 있는데."
"뭔가요?"
"이 순찰 코스 말이야. 상가 거리랑 쇼핑몰, 유명한 산책 코스들이 겹쳐 있는데."
"그, 그런가요? 최근 문제아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코스로 짠 건데 우연이네요."
"여기 꽤 괜찮은 카페가 있다고 들었거든. 시간 남으면 한 번 가볼래?"
"...... 어, 업무 중에 그런 사적인 요구는 하지 말란 말이에요!"
오랜만에 쓴다...
써보고 싶은 소재는 많은데 생각보다 잘 정리가 안 되네.
더 잘 써보고 싶은데 각 잡고 쓰려다 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자주 연재하고 진도도 팍팍 나가고 싶다.
- 블루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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