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신문) 판도 바뀌는 시계 시장 — 전자시계 인기 (1980.7.8 동아)
판도 바뀌는 시계 시장
전자시계 인기
작년 한해동안 140만개 팔려
정확성 있으나 잦은 고장이 흠
수명도 반영구적 아닌 10년 정도
태엽시계 재산가치 있어 수요 유지
시계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전자시계의 보급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장에 시계를 사러 나온 사람들 가운데 두사람에 한사람 꼴로 전자시계를 사가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 전자시계가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이면서 기껏 20% 가량 팔리던 것이 지난해에는 전체 시계 판매량의 45%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작년에 팔린 전자시계는 모두 140만개로 연간 판매신장율이 130%에 달했다. 우리 주변에서 거의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시계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종래의 태엽을 감아 풀리는 힘으로 바늘이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와 수정(水晶) 조각의 일정한 진동을 이용하여 시각을 표시하는 전자시계(일명 수정시계 쿼츠)가 그것이다.
최근 전자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개발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수정시계는 우선 정확도와 편의도에서 종래 기계식 시계를 크게 앞선다. 1초에 3만 2,768회나 진동하는 수정 진동자를 이용, 1천만분의 1의 오차까지 읽을 수 있는 전자측정장치에 의해 조정되는 전자시계는 한달에 생길 수 있는 오차범위가 15초 이내로 정확성이 두드러진다. 또한 1년에서 5년까지 쓸 수 있는 각종 배터리만 갈아끼우면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제대로 가는 편리함이 있다. 종래의 기계식 시계의 경우 일정한 시간에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며 며칠씩 사용치 않다가 차게 되면 시간을 맞추느라고 한참을 돌려야 하며 자동식이라도 계속 흔들어 주어야 하는가 하면 한번 시간이 틀리면 날짜 요일 등을 맞추느라고 수없이 바늘을 돌려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전자시계의 경우 이런 번거로움이 전혀 없다.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에는 어느 구석에서도 저 혼자 정확하게 간다. 거기다 스톱워치, 일정한 시각이 되면 울려서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알람 기능, 세계 각국의 시간을 알려주는 월드타임형 등 다양한 보수기능까지 개발되고 있고, 기술개발에 따라 가격도 점차 낮아지는 장점 등으로 전자시계의 수요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기계식 시계와 같이 바늘을 이용, 시간을 알려주는 아날로그형까지 나타나 점차 보급율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시계는 반드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의 면에서 보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재산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귀금속으로 평가되고 편의도 못지않게 장식적인 가치로도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다양한 품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재래식 기계 시계의 수요도 더 이상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세계 시계시장의 추세가 기계식 시계에서 전자시계, 그 중에서도 문자판에 「아라비아」 숫자가 나타나는 디지털형에서 바늘로 가는 아날로그형으로 점차 바뀌어지고 있다지만 기계식 시계의 수요도 쉽사리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거기다 전자식 시계는 고장이 잦고 습기에 약하며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등 애프터 서비스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은데다 외국 시계를 사용할 경우 크게 제약을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반영구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10여년 정도의 수명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전자시계 공장을 포함, 모두 100여개나 되는 시계 메이커가 난립하여 시계 공업의 영세성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연간 수요는 모두 400~500만개로 나타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의 영향은 예외없이 미쳐 올 들어서는 판매상태가 크게 부진하다.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내장품) 수입이 올 상반기 중에는 작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팔목시계형 무브먼트는 모두 300만개 가량이 수입됐으나 올 상반기에는 50여만개밖에 들여오지 않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큰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문을 닫고 있고, 유명 메이커들도 부도를 막느라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전자시계 선발 메이커인 민성전자가 2, 3년 전에 도산했고, 오트론이라는 상표로 알려진 오림포스전자가 얼마 전에 부도를 내고 도산했다. 그 밖에 오리엔트, 시티즌, 세이코 등 시계메이커와, 전자시계만 제작하는 한독, 삼성(카파), 아남산업(알펙스), 금성사(코스모) 등이 비교적 큰 메이커 등이지만 시장이 극도로 위축,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전자시계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수출로 재미를 보던 업체들도 세계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홍콩」 등 경쟁국들의 제품에 밀려 내수 시장에 파고들고 있어 유통질서가 혼란되고 있으며, 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한숨이다.
지난해 생산된 시계는 팔목시계가 447만 6,000개, 벽시계가 272만개, 탁상시계와 여행용시계가 590만개 등 모두 960만 3,000개에 달했으며 이 중 수출이 451만 1,000개, 시판이 509만 2,000개였으나, 올해 업계의 계획은 생산이 732만개 가량으로 줄어들었고, 수출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반면 내수는 230만개로 절반 이하로 줄여잡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일본 등지에서 들여오는 밀수품 시계가 국내업계에 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 등은 일본으로 수출되는 생선 등의 상당량이 일제 시계로 둔갑해 우리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원자재의 수입관세 등을 조정, 제도적인 밀수 근절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내 시계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고도의 정밀공업인 시계공업의 기술축적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시계회사의 수출품 벽시계 8,000개가 되돌아왔다. 태엽으로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와는 달리 전자시계는 수정조각의 진동으로 바늘이 가기 때문에 동작의 연속성이 없다.
따라서 벽시계의 경우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바늘이 올라가는 부분에서 가장 힘이 들며, 한 번 삐끗하여 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뒤로 돌아가는 재미있는 성질이 있다는 것. 따라서 클레임을 받고 돌아온 이 시계들도 아홉 고비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뒤로 돌면서 반품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고도의 정밀기술 축적을 위해서는 업체 자체가 기술을 개발하고 쌓아나갈 수 있는 제도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며, 그렇게 돼야 수출시장에서도 제대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시계값은 기계식이 2만원에서 3만 5,000원 가량, 쿼츠가 3만 5,000원에서 4만 5,000원 가량이면 쓸만한 것을 고를 수 있다. 시계값은 다른 제품보다 마진이 비교적 높은 품목. 메이커의 출고가격에서 유통마진이 50% 가량이 붙어 복잡한 유통과정이 높은 가격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몇개식 들고 소비자들을 찾아다니는 시계 판매 과정을 근대화할 경우 시계값을 많이 낮출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셈이다.
〈우병동(禹柄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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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시계는 핸드폰으로 보고 손목에 달고다니는 건 취미로 시계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비싼 물건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