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한일관계의 어려움과 미묘함
요즘 한일 민간 문화 교류가 부쩍 늘어나면서
한일의 정치적 관계가 좋았다면 민간관계는 더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음
나도 그렇게 생각함
하지만 한일관계가 좋아지기엔 관계의 어려움이 많음
사실 역사적으로는 한반도와 일본은 서로 한 오백년쯤은 서로 민간 교류만 하면서 소 닭보듯 했고
오백년쯤은 서로를 자기 아래라고 생각했음
'중화질서 아래에서 한반도는 일본을 교화되지 않은 섬나라 도적들이라 생각했고
일본은 칭제를 하고선 자신들이 중원의 천자와 맞먹는 지위라 생각하며 주변 국들을 조공체제로 편입하려 했지'
만 서로 하는 생각이 다르니 결국 서로가 서로를 약간 깔아보는 관계였음
임진왜란 이후, 번국들 모임이었던 일본의 정세가 안정되면서
종합국력이 한반도를 확실히 넘어섰지만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전근대 국가들끼린 사실 이런건 별 게 아님
그러다 산업화가 되면서 한반도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강제로 들어가는 비극이 생김
보통 식민지 종주관계는 좀 떨어진 나라끼리 생기는데
한일은 서로 바로 옆나라는 말임
좀 멀리 떨어지면 기분나쁜 게 있어도 쌩깔 수가 있는데
이건 옆에 쳐다 볼때마다 과거사 생각나서 피꺼솟임
서로 압도적인 격차가 있던 나라도 아니고, 민족국가화 한 역사가 두 나라 모두 길다보니 양쪽의 자존심도 강함
얶뜪계 먼 대양건너 있는 나라도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오랜 이웃을 침략해서 민족을 말살할 생각을 하니? 하니까
우리 입장에선 존나 화딱지 나는거임
(심지어 정리되지도 않음)
현재의 국제정세를 보면, 아태전략상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조차도 사실 우리나라가 행동대장이 아니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국력이나 영향력상 한수 위인 일본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그림이 나와야 함
그런데 한일관계는 특수한 관계임
식민지 시대의 한일관계는 한쪽이 피지배국, 한쪽이 지배국인 관계임
이런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우리가 한수 접으려니까,
자꾸 식민지시절 침략자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심정적으로 동조를 할 수가 없음
해방이후 한일 관계를 정상화 할때 만일,
'독립 축하금'이라는 명목의 돈을 좀 덜 받아먹는 한이 있어도
두 나라 관계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며, 확실한 과계사 청산(물질이 아닌 정신적 사죄)을 염두에 뒀으면
그때 뭔가 청산되는 게 있었을지도 모름
하지만 알다시피 그러지 않았음
그 후 위안부 관련한 화해치유재단 설립이 이걸 한차례 더 망쳐버림
그러는 와중에 한일간 비극적인 역사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하나 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음
어떤 이들은 이걸 반길지도 모름
역사의 비극을 반추하는 직접적 당사자들이 사라지면, 나쁜일들은 모두 덮이고 한일관계는 좋아지지 않겠냐?
말이 되냐? 청산되지 않고 복기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될 뿐임
재밌는 건 그런 상황에서 두 나라 모두 고도로 발달한 공업국에
서로의 문화를 즐기는 비율이 높다보니 민간 차원의 교류는 상당하다는 거
한일 경제 교류의 규모와 정도는 EU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협력관계에 준하고
문화적으론 사실 더 긴밀하게 엮여있음
1위 우영우
2위 작은 아씨들
3위 화양연화
4위 수리남
5위 사펑
6위 환혼
7위 죠죠
8위 사채꾼 우시지마 외전
9위 오버로드
10위 이태원 클라스
오랫동안 우리나라로 문화를 수출하기만 하던 입장이던 일본에선
한국 대중문화의 매니아가 늘어나면서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상위권은 온통 한국 드라마 천지고,
한때는 촌스럽고 구리다고 여겨지던 한국 문화 생활문화가 힙한걸로 여겨지고 있으며,
성우나 일본 아이돌들이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로 한국 음식과 k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음
우리나라에선 캐릭터와 세계관까지 철저한 일본 아니메 공식을 세련되게 다듬어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미소녀 게임이 차트를 석권하더니
(국어더빙이랑 우리나라 캐릭터 하나 안내는건 좀 너무하지 않냐ww)
해묵은 검열과 등급제 이슈와 엮여서
국회 앞에 이에 대해 항의하는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을 소환함
현대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있어선 작은 사변이라 봐도 되는 게
우리나라 대중문화 사에서 문화의 향유층들이 검열이슈에 항의하면서
이 정도로 조직화되어 들고 일어선 때는 내가 기억하기론 '문화 대통령'이라 불린 서태지의 시대유감과 관련했던 이슈 뿐임
서로의 정치적 관계가 경색이 되건 말건 문화가 서로의 국가에 깊은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의 민간 교류가 일어나고 있고
일부는 정치적 이슈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
하지만 민간관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서 이게 본질적으로 좋은 관계는 아니라는 건 다들 알거임
분명 잘 맞물리는 부분이 있고, 경색되어 겉도는 부분이 있음
그리고 정치가 경색되면 교류를 잘 하고 있다는 민간들도 결국은 마음의 짐을 질 수밖에 없음
개인적으론 한일간의 비극적 역사의 당사자들이 아직은 살아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과거사가 정리되면 한일관계가 내는 시너지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겠지
현실적으론 모든 것들이 묻히고, 소위 말하는 똥을 신문지로 덮어버리는 형태로 한일 관계가 봉합될 것 같아서 몹시 안타까움
덧난채로 아문 관계는 흉도 지겠지만
미래에 언젠간 어떤 식으로든 다시 고름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음
이라고 구리웹 북유게에 썼던건데 이렇게 장문으로 뭔갈 써본 건 오랜만이라
정치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내용은 빼고 옮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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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음.
양질의 의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