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3년부터 약 300년 간
영국 총리의 관저로 사용 중인
다우닝 가 10번지.
영국 역사상 최단임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가 사임한 후
리시 수낙이 새 총리가 되면서
리즈 트러스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제러미 헌트는 새 내각에서도 유임되었다.
2022년 11월 24일,
영국의 한 주간지가 개최한
시상식 만찬장 자리에서
헌트 재무장관은 동료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주말 재무장관 관저로 이사가기 전에
아내랑 같이 둘러보러 갔다가
(재무장관 관저는 다우닝 가 11번지에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총리관저에 도배했다는
황금벽지가 궁금해서
거기도 가봤거든요?
아니 근데 그 벽지가 벗겨지고 있더라구요.
세계에서 유일한 걸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리즈 트러스 총리가
그 위에다 페인트칠을 해놨지 뭡니까.
나중에 우리 아이들한테 농담삼아
저쪽 벽 긁으면 금 나온다고 해야겠어요
ㅎㅎㅎ"
헌트 재무장관이 던진 이 말은
예상 외의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헌트 재무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트러스 전 총리측은
"2달도 못 채우고 물러난 통에
페인트칠이고 나발이고
관저를 꾸밀 겨를도 없었는데
ㅅㅂ 뭔 헛소리에요"
라며 정색했다.
그러자 트러스 전 총리가
진짜로 벽에 칠을 했다는 주장부터
애초에 황금벽지 같은 건
없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그야말로 혼파망.
이 사달이 난 발단은
2021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총리 관저 내부를 개보수한 것에서 비롯됐다.
존슨 전 총리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캐리 존슨(위 짤 왼쪽) 여사가
개보수를 총괄했다고 하는데,
총리 관저 개수 예산으로 책정된
1년 한도액이 3만 파운드임에도
이걸 훌쩍 뛰어넘어
최소 11만 2천 파운드가 들어갔고
최근 유출된 견적서에
1매당 840파운드짜리 황금벽지를 포함한
최고급 자재들이 채워진 것으로 나와
헌트 재무장관이 직접 구경갈 정도로
이른바 황금벽지 사건은
영국 사회에서 화젯거리였다.
이게 단순히 사치 논란으로
끝나지 않은 게,
당시 존슨 총리 측은
보수당을 후원하는 기업으로부터
6만 7천 파운드를 받아
개보수 비용으로 썼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반환하고 자비로 부담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1만 7,800파운드의 벌금을 물은 바 있어
존슨에게 정치적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방역규정을 무시하고 총리 관저에서
측근들과 술파티를 벌인 파티게이트로
실각한 존슨 전 총리로서는
황금벽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보수당 내 입지가 불안정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