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9일,
이집트 나일강 서안에 위치한
쿠베트 엘-하와(Qubbat al-Hawa)의 무덤에서
악어 10마리의 미라가 발굴되었다.
발굴팀이 비잔티움 제국 시대의 쓰레기더미 밑에서
작은 무덤 7개를 발견했는데
그 중 위 짤에서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을 파내려가자
악어 미라들이 출토된 것이다.
사실 악어 미라 자체는
그다지 특별한 유물은 아닌데...
왜냐하면 다신교 사회였던 이집트에서 숭배하던 신 중
악어 모습을 한 소베크(Sobek) 같은 신도 있고 해서
위 짤과 같이
신전에 봉납하는 형식으로
악어 미라를 만든 사례가
이미 보고된 바 있었고,
굳이 악어가 아니라도
고양이, 따오기, 개코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미라화되어
신전에 바쳐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굴된 악어 미라가
굉장히 특별한 이유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미라로 만들게 되면
심장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를
신체에서 제거하는 것이 국룰임에도
이번 악어 미라들에서는
내부 장기를 제거하지 않았고,
우리가 미라하면 떠올리는
붕대를 두른 모습을 만들기 위해
아마포로 감은 뒤
송진으로 마감처리하지 않아
위 짤처럼 사체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악어 미라가 발굴된 지역은
역사적으로 소베크 신앙이 없는 곳이라서
'악어신을 믿는 지역도 아닌데
굳이 악어 미라를 봉납할 이유가 있나?'
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한 이번에 발굴된 악어 미라 10개는
인위적인 도살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머리만 출토된 것이 5개였고
신체가 부분적으로 보존된 것이 5개였다.
그 중 가장 크고 전신이 보존된
위 짤의 3.6m짜리 악어 미라의 경우
밧줄에 묶였던 흔적이 발견된 바,
발굴팀은 악어들이 사막의 뜨거운 열기 아래에
죽을 때까지 묶여서 말라버린 뒤
고온의 모래에 묻혀 미라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악어 미라가 매장된 연대를 추정하려면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이용해야 하지만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가기 앞서
발굴팀은 문헌기록을 토대로
동물 미라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기원전 5세기 경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에 발굴된 악어 미라 또한
기원전 5세기를 즈음해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발굴에 참여한 이집트학자
알레한드로 히메네스 세라노 박사는
"고대 이집트인들이
동물을 미라로 만들어
신전에 제물로 바치는 방식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졌던 통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게 되었다"며
이번 발굴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