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오른쪽 외벽 벽감에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설치되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두 팔을 벌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표현된 김대건 신부.
초기에 공개된 완성 상상도에서는
성상을 떠받치는 좌대가
2단으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 완성본에서는
1단의 좌대로 달라졌다.
25세 청년 김대건의
담대함과 인자함을 나타내는데
주안점을 둔 이 성상은
높이 3.77m의 크기이다.
바티칸에서 약 400km 떨어진
피에트라 산타에서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출신
한진섭 조각가가 8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완성되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진 후
기중기를 이용해
바닥에서 4.5m 높이에 있는
벽감까지 들어올려 넣는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으로 봉직중인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혀 이를 승낙받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비용을 지원했다.
1821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한국인 최초로 사제수품을 받았지만
불과 1년 뒤 새남터에서 순교했고
1984년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동료 순교자 102명과 함께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올해 5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수요 일반알현 때
교리교육을 진행하던 교황은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소개하며
'그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자'고
신자들에게 당부한 바 있었다.
동양 출신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건
성 베드로 대성당 신축 이래
500년 만에 처음.
사제복이나 수녀복, 제의 등을 입은
서양 출신 성인, 성녀들의 성상과 달리
갓과 도포 차림이라
외관이 눈에 띄게 구별되고
성상이 설치된 위치 또한
대성당의 돔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자
인근에 기념품 매장이 있어
많은 인파가 왕래하는 곳이다.
작업을 맡았던 한진섭 조각가는
"성 김대건 신부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생각에
많은 부담과 걱정이 있었지만
설치까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성인의 뜻, 신앙심, 정신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대건 신부 성상의 축성식은
성인이 순교한 날인 9월 1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감사 미사를 봉헌한 뒤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