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흐르는
나일강 중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아비도스(Abydos).
고대 이집트가 통일되기 이전인
선왕조 시대부터 존재했던 도시로
상, 하 이집트를 통일한
제1왕조부터 제4왕조가
(기원전 3100년~기원전 2498년)
수도로 삼은 유서 깊은 고도이다.
이곳에 있는 움 엘 카압(Umm el-Qa'ab)에는
선왕조 시대 및
초기 왕조(제1왕조~제2왕조) 때
파라오들의 무덤이 있는데
여기서 특별한 유물이 발굴되었다.
2023년 10월 15일,
독일과 오스트리아 발굴팀이
움 엘 카압의 메르네이트(Merneith) 왕비 무덤에서
다양한 부장품을 포함해
수백여 개의 포도주 항아리를 발견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항아리들 중 일부는
입구를 막은 봉인이 그대로 유지된 채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메르네이트 왕비가
제1왕조 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포도주 실물을 볼 가능성도 있었지만
발굴팀의 책임자인 빈 대학의
크리스티아나 쾰러 고고학 교수는
'포도주는 이미 액체 상태가 아니라서
적포도주인지 백포도주인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신 항아리 내부에서는
유기질 잔여물, 포도씨 등
포도주였던 것의 흔적이 나왔는데
쾰러 교수는 이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진행 중이며
기존에 아비도스에서 발견된,
포도주에 대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거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증거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메르네이트 왕비에 대해서는
이번에 발견된 포도주 항아리라는
특별한 유물 이외에도
그녀의 지위와 관련해
학계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해지는 기록이 적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1왕조 제3대 파라오 제르,
제4대 파라오 제트,
제5대 파라오 덴과 연관된 인물로서
제트의 아내이자
덴의 어머니였던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제르의 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 부분은 불명확함)
움 엘 카압에 자리한 무덤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점,
1900년 처음 발굴되었을 때
무덤 주인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파라오의 무덤으로 오인될 정도로
그 규모가 인근의 남성 파라오들 못지 않은 점,
묘비명에 재무부와 같은
정부의 핵심 기관을 관장했다고 기록된 점 등을 감안해
일부에서는 메르네이트가
남편 제트가 서거한 뒤
후계자인 어린 아들 덴이 성년이 되기 전
파라오로서 군림한 여왕이 아니었나 하고
추정하기도 한다.
만약 이 추정이 사실이라면
현재까지 첫 여성 파라오로 알려진
중왕국 시대 제12왕조 제8대 소베크네페루,
신왕국 시대 제18왕조 제5대 하트셉수트보다
훨씬 앞서는 최초의 여성 파라오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