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재위기간 70년 동안
수많은 왕관을 착용했는데
그 중에서도 위 사진에서 쓴
다이아몬드 다이아뎀(Diamond Diadem)이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편이다.
1820년 조지 4세의 의뢰로 제작된
이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은
당초 조지 4세가 대관식을 거행하러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할 때
머리에 썼던 왕관이었으나
조지 4세의 뒤를 이은
남동생 윌리엄 4세 때부터
왕비나 여왕이 착용하는 것으로
전통이 굳어졌다.
윌리엄 4세의 아내
애들레이드 왕비가
왕비로 7년 동안 착용하고
윌리엄 4세의 뒤를 이은 조카딸
빅토리아 여왕이 64년 동안 재위했으니
다이아몬드 다이아뎀도 64년 동안 착용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짧은 24년 밖에 되지 않았다.
1861년 남편 앨버트 공이 서거하자
그 충격과 슬픔이 컸던 빅토리아 여왕은
국정에서 손을 놓고 윈저 성에 9년 동안 은거했는데
나랏일을 대신할 섭정을 임명하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은거해버린 모습에
내각과 국민이 불만을 터뜨리자
1870년 공무에 복귀했으나
남편을 추모할 검은색 상복을 입을 때
머리에 드리우는 베일을 쓰기 불편하다며
왕관 착용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명색이 대영제국의 상징인데
왕관을 쓰지 않는대서야 나라망신이라
1870년 영국 정부는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대관식이나 의회 개원식 때 착용하는
제국왕관을 축소시킨
다이아몬드 왕관(위 짤)을 제작한다.
이 다이아몬드 왕관을 착용하면
머리에 베일을 쓸 때 불편하지 않았으므로
빅토리아 여왕은 크게 만족했고,
1901년 서거할 때까지
31년 동안 저걸 머리에 썼기 때문에
당대부터 오늘날까지
빅토리아 여왕의 이미지는
'검은색 드레스에 하얀 베일을 머리에 드리우고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 왕관을 착용한 여왕'으로
확립되었다.
그 후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은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 에드워드 7세의 아내
알렉산드라 왕비(위 짤 오른쪽)가 9년,
에드워드 7세의 아들 조지 5세의 아내
메리 왕비(위 짤 왼쪽)가 26년을
왕비로서 착용한 뒤
(조지 5세의 아들 조지 6세의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도 저걸 썼을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사진이 나오지 않아 일단은 패스)
조지 6세의 딸 엘리자베스 2세가
1952년부터 2022년까지
70년 동안 여왕으로서 착용한다.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을 쓴
엘리자베스 2세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각종 도안에 들어가
우표
동전
지폐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이라고 하면
엘리자베스 2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왕관이 되었다.
실제로도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을 썼던
왕비와 여왕들 중에서 가장 긴
장장 70년 동안 착용하기도 했고...
그래서 2023년 11월 7일 열렸던
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의 사진 중
카밀라가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을 쓴 걸 보는 순간
'영국 여왕이 정말로 서거하긴 서거했구나'
라고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 다이아뎀의 200년 전통에 따라
왕비인 카밀라가 쓰는 게 맞긴 한데,
분명히 맞긴 한데,
'비호감인 불륜녀 카밀라가 저걸 왜 쓰냐'
이런 문제가 아니고
엘리자베스 2세가 70년 동안 썼던 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런지
엘리자베스 2세 아닌 다른 사람이 쓰니까
좀 적응이 잘...
아마 다이애나가 저걸 썼어도
적응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