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자작)
2024.01.07 01:24

먼치킨이 쓰고 싶었어 -1

조회 수 214 추천 수 2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계속 되는 캔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먹어본 스라리스라는 스프의 맛은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무난했지만 캔이 말한 것처럼 엄청나게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쪽 문화에는 사골이라는게 없으니 스프로 내가 만족하는 일은 드물 스 밖에 없다. 차라리 돼지고기를 넣은 스튜가 내 취향에는 더욱 맞았다.
"하지만 너는 수도승이잖아."
푸르죽죽한 스라리스를 한숟갈 한 후 무덤덤한 내 표정을 본 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수도승이 매번 고기가 없으면 끼니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나는 단 한번도 수도승이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나의 반박에 캔은 약간은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신의힘을 사용하면서 어찌 그리 불경한 말을... ..."
신앙심이라는게 전혀 없는 나와 달리 독실한 신자인 캔은 조금은 분노한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1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이미 깨달은 나였기에 그저 긴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스라리스를 떠먹었다. 

 우리가 북부지방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여신의 성물이라고 하는 바나투스의 봉을 찾기 위해서다. 기껏 멀쩡히 잘 지내는 사람을 이세계로 보내 놓고 갖은 고생을 준비한 빌어먹을 여신 엑자일이 나는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주 길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이지. 
무난한 스라리스의 스프보다 더 맵고 짠한 추억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지도를 펴서 다음 경유지인 가고 마을에 방문하기 위한 루트를 확인하고 있는 캔이 보였다. 아마 그도 나의 이 길고 긴 신성모독건에 대해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을 것이다. 애초에 무슨 예수도 아니고 12사도가 있고 거기서 가장 막내인 12번째 사도인 캔이 윗대가리들의 짬처리 사유로 나와 함께 이 고행길에 올랐을 뿐이지 그도 하루빨리 이 모든 여정이 끝나길 바랄 것이다. 

 여신의 성물은 총 다섯개가 있다. 그리고 아주 뻔하게도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서쪽 끝에는 세트나의 성전이 있고, 동쪽 끝에는 이트나의 로자리오가 있다. 남쪽 끝에는 유그리나의 망토가 있고 북쪽 끝에는 지금 우리가 찾고자 하는 바나투스의 봉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륙의 중앙에는 안나의 의복이 있다. 안나의 의복은 신복이라고 불리며 그레고리오 제국의 수도에 잘 보관되어 있으나 나머지 4개의 성물은 모두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그 감추어진 성물중 하나인 바나투스의 봉을 찾는 요정에 올라있다. 물론 종국에는 모든 성물을 찾아야 하겠지만 당장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바나투스의 봉이다. 

"그런데 말이야, 설마 모든 성물을 찾을 때까지 너와 함께 여행해야하는건가?"
모든 면에서 캔은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지만, 단 하나, 나에게 비건을 강요하는 태도가 이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 어마어마한 부정적인 감정만 가져다 준다. 매번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말 같지도 않은 지적과 눈빛을 받아가며 식사하는게 장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것 같다. 
"그건 나도 몰라. 여신님이 인도하시는대로 따를 뿐."
캔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고민하는 이유는 아마 가고 마을까지 가는 길이 도보로 가기에 그다지 평탄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캔의 말에 따르면 이 곳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꼬박 3일을 노숙을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이쪽은 교역로가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숲과 산을 헤매어야 한다고 한다. 캔의 몸은 그다지 튼튼하지 않으니 그게 걱정일 것이다. 
"왜 그렇게 근심 걱정이 많아? 다 여신님이 알아서 인도해주시겠지. 이것도 다 여신이 시킨거잖아."
"거 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여신님은 스스로 구하지 않는 자를 구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여신님이 시킨게 아니라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선택해주신거야."
나는 한심하다는 캔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어버린 스라리스 스프 그릇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되었든 내일 출발 할 것이라면 이런 곳에서 무의미한 담소를 나누기 보다 숙소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는게 낫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캔도 별말하지 않고 다시 지도에 열중했다. 
내가 머물 방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목걸이에 부여된 세정 마법을 사용했다. 엑자일에게 받은 이 목걸이는 이세계가 가진 여러가지 불편한 생활 환경을 개선해준다. 주로 청결과 관련된 마법들이 부여되어 있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제작자의 능력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아무런 패널티도 없다. 이 목걸이를 뜯어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나름 복지가 좋고 연봉도 나쁘지 않던 중견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백수가 된지 어언 6개월.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다 받아먹은 그 시점에서, 원래 연봉의 반토막에 가까운 실업급여로 인하여 긴축재정을 운영하던 그 시점에, 방안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애니를 보던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순간이동되어 끌려왔다. 나는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놀라 몸이 굳어있었고 그때 내 앞에 있던 여성이 스스로를 엑자일이라 소개하며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뉴리대장 2022.06.29 34 5552
공지 공지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뉴리대장 2024.09.13 2 2836
공지 공지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뉴리대장 2022.07.04 12 6919
공지 공지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뉴리대장 2022.06.29 19 7419
공지 숨기기
8097 게임 말딸) 팬 단 한명! 4 file 뉴뉴 2022.06.30 0 274
8096 유머 ???: 저건 개가 아니야! file 왼오왼왼오왼 2022.06.30 1 305
8095 잡담 이런 리젠은 내가 운영해본 사이트에서는 처음본다 newri 2022.06.30 0 352
8094 게임 마스터듀얼 일퀘 다 받는 날입니다 2 file 에어버거 2022.06.30 0 211
8093 잡담 일단 아쉬운 점 디젤펑크유저 2022.06.30 1 217
8092 유머 아이어 근황.jpg file 만족타운촌장 2022.06.30 1 267
8091 게임 동년배들 추억의 게임 3 file 할게없네 2022.06.30 2 229
8090 유머 '동공지진'이란 말을 알게 된 아버지 1 file 파테/그랑오데르 2022.06.30 0 236
8089 잡담 유게 조회수 처참하네 2 탄실이 2022.06.30 1 355
8088 잡담 아무래도 누리웹이 터지는건 서버가 간당간당 할 것 같은데 1 newri 2022.06.30 1 368
8087 잡담 메뉴가 어떤 건가요? 5 madmouse 2022.06.30 0 227
8086 잡담 사위를 응원하는 장인어른.gif file 할게없네 2022.06.30 1 229
8085 게임 길티기어) 디지와 카이식 성교육 file 파테/그랑오데르 2022.06.30 1 312
8084 잡담 어서 성유게를!! 2 20121027 2022.06.30 1 285
8083 잡담 타지역에선 비 엄청 쏱아지나보네 5 치킨싫어 2022.06.30 0 227
8082 유머 댕댕이 미용 대참사 모음 2 file 레알레알레알 2022.06.30 0 299
8081 잡담 거실에서 엄마가 아침드라마 같은거 보는데 ㅋㅋㅋ 3 lunarcell02 2022.06.30 1 243
8080 유머 박세리의 무한리필과 모둠구이 1 file 파테/그랑오데르 2022.06.30 0 246
8079 게임 블루아카) 아니 침수 속도 미쳤나봐 3 file 하코스벨즈 2022.06.30 0 449
8078 잡담 심심함 달래려고 웹소설 입문했는데 7 동반자핫팩 2022.06.30 0 2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 491 Next
/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