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자작)
2024.01.07 01:24

먼치킨이 쓰고 싶었어 -1

조회 수 504 추천 수 2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계속 되는 캔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먹어본 스라리스라는 스프의 맛은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무난했지만 캔이 말한 것처럼 엄청나게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쪽 문화에는 사골이라는게 없으니 스프로 내가 만족하는 일은 드물 스 밖에 없다. 차라리 돼지고기를 넣은 스튜가 내 취향에는 더욱 맞았다.
"하지만 너는 수도승이잖아."
푸르죽죽한 스라리스를 한숟갈 한 후 무덤덤한 내 표정을 본 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수도승이 매번 고기가 없으면 끼니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나는 단 한번도 수도승이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나의 반박에 캔은 약간은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신의힘을 사용하면서 어찌 그리 불경한 말을... ..."
신앙심이라는게 전혀 없는 나와 달리 독실한 신자인 캔은 조금은 분노한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1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이미 깨달은 나였기에 그저 긴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스라리스를 떠먹었다. 

 우리가 북부지방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여신의 성물이라고 하는 바나투스의 봉을 찾기 위해서다. 기껏 멀쩡히 잘 지내는 사람을 이세계로 보내 놓고 갖은 고생을 준비한 빌어먹을 여신 엑자일이 나는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주 길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이지. 
무난한 스라리스의 스프보다 더 맵고 짠한 추억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지도를 펴서 다음 경유지인 가고 마을에 방문하기 위한 루트를 확인하고 있는 캔이 보였다. 아마 그도 나의 이 길고 긴 신성모독건에 대해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을 것이다. 애초에 무슨 예수도 아니고 12사도가 있고 거기서 가장 막내인 12번째 사도인 캔이 윗대가리들의 짬처리 사유로 나와 함께 이 고행길에 올랐을 뿐이지 그도 하루빨리 이 모든 여정이 끝나길 바랄 것이다. 

 여신의 성물은 총 다섯개가 있다. 그리고 아주 뻔하게도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서쪽 끝에는 세트나의 성전이 있고, 동쪽 끝에는 이트나의 로자리오가 있다. 남쪽 끝에는 유그리나의 망토가 있고 북쪽 끝에는 지금 우리가 찾고자 하는 바나투스의 봉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륙의 중앙에는 안나의 의복이 있다. 안나의 의복은 신복이라고 불리며 그레고리오 제국의 수도에 잘 보관되어 있으나 나머지 4개의 성물은 모두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그 감추어진 성물중 하나인 바나투스의 봉을 찾는 요정에 올라있다. 물론 종국에는 모든 성물을 찾아야 하겠지만 당장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바나투스의 봉이다. 

"그런데 말이야, 설마 모든 성물을 찾을 때까지 너와 함께 여행해야하는건가?"
모든 면에서 캔은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지만, 단 하나, 나에게 비건을 강요하는 태도가 이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 어마어마한 부정적인 감정만 가져다 준다. 매번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말 같지도 않은 지적과 눈빛을 받아가며 식사하는게 장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것 같다. 
"그건 나도 몰라. 여신님이 인도하시는대로 따를 뿐."
캔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고민하는 이유는 아마 가고 마을까지 가는 길이 도보로 가기에 그다지 평탄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캔의 말에 따르면 이 곳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꼬박 3일을 노숙을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이쪽은 교역로가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숲과 산을 헤매어야 한다고 한다. 캔의 몸은 그다지 튼튼하지 않으니 그게 걱정일 것이다. 
"왜 그렇게 근심 걱정이 많아? 다 여신님이 알아서 인도해주시겠지. 이것도 다 여신이 시킨거잖아."
"거 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여신님은 스스로 구하지 않는 자를 구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여신님이 시킨게 아니라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선택해주신거야."
나는 한심하다는 캔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어버린 스라리스 스프 그릇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되었든 내일 출발 할 것이라면 이런 곳에서 무의미한 담소를 나누기 보다 숙소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는게 낫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캔도 별말하지 않고 다시 지도에 열중했다. 
내가 머물 방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목걸이에 부여된 세정 마법을 사용했다. 엑자일에게 받은 이 목걸이는 이세계가 가진 여러가지 불편한 생활 환경을 개선해준다. 주로 청결과 관련된 마법들이 부여되어 있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제작자의 능력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아무런 패널티도 없다. 이 목걸이를 뜯어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나름 복지가 좋고 연봉도 나쁘지 않던 중견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백수가 된지 어언 6개월.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다 받아먹은 그 시점에서, 원래 연봉의 반토막에 가까운 실업급여로 인하여 긴축재정을 운영하던 그 시점에, 방안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애니를 보던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순간이동되어 끌려왔다. 나는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놀라 몸이 굳어있었고 그때 내 앞에 있던 여성이 스스로를 엑자일이라 소개하며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뉴리대장 2022.06.29 35 27388
공지 공지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뉴리대장 2024.09.13 2 10707
공지 공지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뉴리대장 2022.07.04 12 14603
공지 공지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뉴리대장 2022.06.29 20 16240
공지 숨기기
8412 애니/서브컬쳐 우주해적 3 file 뉴뉴 2022.06.30 2 472
8411 잡담 뉴리넷의 가장 큰 의문점 7 sgt오드볼 2022.06.30 6 905
8410 잡담 요호호이 요호호이 요호호이 1 file 야마테쿄코 2022.06.30 0 472
8409 잡담 태풍 근황 2 file 임네닉 2022.06.30 0 473
8408 게임 바다이야기 이전에도 한국은 사전 심의제였음 4 newri 2022.06.30 2 586
8407 유머 사람이 가장 잔인해진다는 오후 3시 45분 5 file 프로메탈러 2022.06.30 0 636
8406 잡담 서울 경기쪽은 비가 많이와서 난리던데 5 ☆청지기☆ 2022.06.30 0 519
8405 잡담 돌고래의 반대는 무엇일까 10 SKM 2022.06.30 0 506
8404 애니/서브컬쳐 [말딸] 트레센 학원 연애최고수 1 file 김흑백 2022.06.30 6 792
8403 애니/서브컬쳐 버튜버) ???: 알았지? 홀록스는 비밀결사다. 4 은시계 2022.06.30 7 841
8402 애니/서브컬쳐 [FGO] 캐밥잔혹사 3 Dr.Kondraki 2022.06.30 1 572
8401 잡담 솔직히 구유게에서 떠나기 좀 쓸쓸했는데 8 file 야마테쿄코 2022.06.30 4 872
8400 애니/서브컬쳐 [말딸] 몸푸는 부르봉 file 김흑백 2022.06.30 1 642
8399 게임 해적얘기 나오니 옛날생각이 나네 file RGB_Raccoon 2022.06.30 0 478
8398 잡담 뉴리라는 이름 자체로 메인으로 해서 가도 나쁘진 않을거 같아요. 5 안Rock3 2022.06.30 1 484
8397 게임 말딸) 데일리 레이스 주자는 따로 키워야 하나 5 멜리아 2022.06.30 0 829
8396 잡담 돌고래 서커스단 2 file 똑똑한얼굴 2022.06.30 0 497
8395 잡담 뉴리...새로운(new) 이치... 2 야마테쿄코 2022.06.30 1 487
8394 잡담 해적 이야기가 나오네 file 탄실이 2022.06.30 0 614
8393 애니/서브컬쳐 [말딸] 신의상 발표후 타이키의 트레이너 1 file 김흑백 2022.06.30 1 6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 516 Next
/ 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