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자작)
2024.01.07 01:24

먼치킨이 쓰고 싶었어 -1

조회 수 210 추천 수 2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계속 되는 캔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먹어본 스라리스라는 스프의 맛은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무난했지만 캔이 말한 것처럼 엄청나게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쪽 문화에는 사골이라는게 없으니 스프로 내가 만족하는 일은 드물 스 밖에 없다. 차라리 돼지고기를 넣은 스튜가 내 취향에는 더욱 맞았다.
"하지만 너는 수도승이잖아."
푸르죽죽한 스라리스를 한숟갈 한 후 무덤덤한 내 표정을 본 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수도승이 매번 고기가 없으면 끼니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나는 단 한번도 수도승이라고 한 적이 없는데?"
나의 반박에 캔은 약간은 경멸이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신의힘을 사용하면서 어찌 그리 불경한 말을... ..."
신앙심이라는게 전혀 없는 나와 달리 독실한 신자인 캔은 조금은 분노한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납득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1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이미 깨달은 나였기에 그저 긴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스라리스를 떠먹었다. 

 우리가 북부지방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여신의 성물이라고 하는 바나투스의 봉을 찾기 위해서다. 기껏 멀쩡히 잘 지내는 사람을 이세계로 보내 놓고 갖은 고생을 준비한 빌어먹을 여신 엑자일이 나는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주 길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이지. 
무난한 스라리스의 스프보다 더 맵고 짠한 추억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지도를 펴서 다음 경유지인 가고 마을에 방문하기 위한 루트를 확인하고 있는 캔이 보였다. 아마 그도 나의 이 길고 긴 신성모독건에 대해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쳐있을 것이다. 애초에 무슨 예수도 아니고 12사도가 있고 거기서 가장 막내인 12번째 사도인 캔이 윗대가리들의 짬처리 사유로 나와 함께 이 고행길에 올랐을 뿐이지 그도 하루빨리 이 모든 여정이 끝나길 바랄 것이다. 

 여신의 성물은 총 다섯개가 있다. 그리고 아주 뻔하게도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서쪽 끝에는 세트나의 성전이 있고, 동쪽 끝에는 이트나의 로자리오가 있다. 남쪽 끝에는 유그리나의 망토가 있고 북쪽 끝에는 지금 우리가 찾고자 하는 바나투스의 봉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륙의 중앙에는 안나의 의복이 있다. 안나의 의복은 신복이라고 불리며 그레고리오 제국의 수도에 잘 보관되어 있으나 나머지 4개의 성물은 모두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그 감추어진 성물중 하나인 바나투스의 봉을 찾는 요정에 올라있다. 물론 종국에는 모든 성물을 찾아야 하겠지만 당장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바나투스의 봉이다. 

"그런데 말이야, 설마 모든 성물을 찾을 때까지 너와 함께 여행해야하는건가?"
모든 면에서 캔은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지만, 단 하나, 나에게 비건을 강요하는 태도가 이 모든 장점을 상쇄하고 어마어마한 부정적인 감정만 가져다 준다. 매번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말 같지도 않은 지적과 눈빛을 받아가며 식사하는게 장건강에 상당히 좋지 않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것 같다. 
"그건 나도 몰라. 여신님이 인도하시는대로 따를 뿐."
캔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고민하는 이유는 아마 가고 마을까지 가는 길이 도보로 가기에 그다지 평탄하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캔의 말에 따르면 이 곳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꼬박 3일을 노숙을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이쪽은 교역로가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숲과 산을 헤매어야 한다고 한다. 캔의 몸은 그다지 튼튼하지 않으니 그게 걱정일 것이다. 
"왜 그렇게 근심 걱정이 많아? 다 여신님이 알아서 인도해주시겠지. 이것도 다 여신이 시킨거잖아."
"거 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여신님은 스스로 구하지 않는 자를 구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여신님이 시킨게 아니라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선택해주신거야."
나는 한심하다는 캔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어버린 스라리스 스프 그릇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되었든 내일 출발 할 것이라면 이런 곳에서 무의미한 담소를 나누기 보다 숙소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는게 낫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캔도 별말하지 않고 다시 지도에 열중했다. 
내가 머물 방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목걸이에 부여된 세정 마법을 사용했다. 엑자일에게 받은 이 목걸이는 이세계가 가진 여러가지 불편한 생활 환경을 개선해준다. 주로 청결과 관련된 마법들이 부여되어 있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제작자의 능력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아무런 패널티도 없다. 이 목걸이를 뜯어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나름 복지가 좋고 연봉도 나쁘지 않던 중견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백수가 된지 어언 6개월.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다 받아먹은 그 시점에서, 원래 연봉의 반토막에 가까운 실업급여로 인하여 긴축재정을 운영하던 그 시점에, 방안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애니를 보던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순간이동되어 끌려왔다. 나는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놀라 몸이 굳어있었고 그때 내 앞에 있던 여성이 스스로를 엑자일이라 소개하며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뉴리대장 2022.06.29 34 5331
공지 공지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뉴리대장 2024.09.13 2 2252
공지 공지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뉴리대장 2022.07.04 12 6619
공지 공지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뉴리대장 2022.06.29 19 7180
공지 숨기기
8377 유머 ───늦네에,관리자... 3 file 스파르타쿠스 2022.06.30 8 934
8376 ◇뉴리만평 『또 유저들이 쫓겨나는구나』 1 file 잉여고삼이강민 2022.06.29 15 325
8375 유머 ⚠️ 새벽이니 달린다!!! 5 file '마우스'패드 2022.06.30 5 545
8374 잡담 ❤🧡💛💚💙💜발정나버렸어요오오오❤🧡💛💚💙💜 12 Deliciousmango 2022.07.02 3 229
8373 유머 007 제작자, "다니엘 크레이그를 대체할 배우를 찾지 못했다" 3 file 여기에오다니 2022.06.30 1 412
8372 잡담 03 , 황달 관리에서 손떼도 신뢰는 회복될 수 없지 ㄹㅇㅋㅋ 3 file 똑똑한얼굴 2022.06.30 1 224
8371 잡담 031 전화 뭐 이리 많이 오는고 1 추가열 2023.02.11 0 237
8370 잡담 03사태와는 다르게 유입이 많지는 않네 3 구운감자 2024.06.21 3 375
8369 잡담 03이가 유저관리자 출신이라는데 4인체제 말고 또 있었나? 3 nanim 2022.06.30 1 212
8368 잡담 03이의 병크짓이 ㅈㄴ 크긴 하네 6 추가열 2022.07.14 4 476
8367 유머 1000원 밥상을 지키는 사람들.jpg 1 file 바티칸시국 2022.09.25 1 175
8366 유머 100년 넘게 지켜져 온 보안을 뚫는 법 3 file 정달호 2024.07.22 2 201
8365 잡담 100살 다 된 영국 여왕에게도 항상 그리웠던 아버지.jpg 1 file 바티칸시국 2023.03.20 2 282
8364 잡담 107억 받는 프로야구 투수는 역시 뭘해도 클라스가 다르다!! 머레보 2024.05.06 0 320
8363 잡담 10년전 나에게 라는 노래 좋음 루돌프NDCT 2023.12.28 0 287
8362 잡담 10분 너무 길다 루돌프NDCT 2024.01.03 0 252
8361 잡담 11월에 산 게임 1달 동안 안했는데 3 카라카라 2022.12.24 0 310
8360 유머 120만 원짜리 황룡사 9층 목탑 모형.jpg 2 file 바티칸시국 2024.03.07 3 463
8359 잡담 12시간 뒤에 보자 무나호시노바 2022.06.29 0 230
8358 잡담 15) 돌고래나 보고 가라 유게이들아 4 file 임금 2022.07.04 5 28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490 Next
/ 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