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작)

먼치킨이 쓰고 싶었어 -2

by 루돌프NDCT posted Jan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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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newri.net/free/172940?page=2
 

-2

 가고 마을로 가는 길은 예상처럼 순탄치 않았다. 캔은 3보 1배를 하듯 조금 걷다가 기도를 하고 조금 걷가가 기도하기를 반복하였다. 나는 마치 피빛 처럼 붉은 노을을 등지고 묵묵히 걸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캔의 기도문이 거슬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반나절간 기도하면 안 힘든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마치 비아냥거리듯 나간 나의 말에 캔은 나의 눈을 한번 바라보더니 한번 더 기도를 하고서야 내 말에 대답하였다.

"기도는 힘들수가 없지. 오히려 힘이 나지."

"하지만 땀이 나는 걸?"

"비록 내 육신은 땀이 나지만 내 영혼은 어느 때보다 강건하다."

“하지만 땀을 흘리는 걸?”

내 마지막 말에 캔은 다시 한 번 혼자 기도를 하더니 대꾸하지 않았다.

“어차피 기도하는 거 그냥 축복 기도를 해서 몸이 덜 지치게 하는게 어때? 아니면 회복 기도라도 하던가.”

굳이 캔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기에 좋은 그림이 아니기에 나는 그가 잘 하는 걸 왜 하지 않는지 궁금해 물었다. 효율이란 상당히 중요한 것이고 쉬운 길이란 패널티가 없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 굳이 효율 좋고 쉬운길을 피하는 그의 행동이 의문스러웠다.

“나의 안위만을 위해 여신님이 주신 힘을 사용할 수는 없지. 만약 내가 일신상의 문제로 우리의 여정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는 생각해보지.”

돌라온 캔의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보면 저런 모습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일 수 있겠지만 크게 감명을 받거나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가 더 할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선택이고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특별히 더 많이 쉬거나 출발을 지연시키지도 않았고, 원래부터 걸음이 빨랐던 내가 새롭게 더 강화된 육체를 받아 더더욱 빨라진 걸음걸이로 걸었을 텐데 군소리 없이 잘 따라와주었다. 문득 이전 세계에서 읽었던 발바닥에 모두 물집이 잡혀도 웃으며 행군을 했다는 군종병의 이야기가 잠시 떠올랐다. 

 

 이후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걸었고 결국 붉었던 숲이 노을의 끝자락에서 보라빛으로 변할 때즘에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두꺼운 가죽 모포를 바닥에 깔고 캔이 준비해온 불쏘시개로 장작에 작은 불을 피울 동안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뗄김이 될만한 것들을 모았다. 아직 봄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한국에서 겪었던 꽃샘추위처럼 이 곳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그러니 나는 되도록 많은 땔감을 모았다. 모닥불이 어느정도 안정되자 우리는 말 없이  조금 떨어져 앉아 ‘두라펜’을 나눠 먹었다. 두라펜은 말린 빵으로 딱딱하고 푸석푸석한 여행 식량이다. 어딘가에서 잘못 만든 카스테라를 밖에 둬서 딱딱해진 것 같은 식감이지만 그냥 군소리 없이 먹고있다. 처음에는 말린 고기를 들고 다녔지만 1달간 지속된 비건 잔소리에  나는 결국 두라펜을 먹는 것에 동의 했다.

“나같은 육체파는 채식만으로는 힘이 안 나는데… …”

“정확히 말하면 너는 육체파가 아니지.”

캔은 나의 눈을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처음 우리가 너를 보았을 때, 나를 비롯한 12사도들은 너의 육신이 인간의 육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 온몸 구석구석 뿜어져나오는 여신님의 기운을 감지했을때 그 육신이 여신님으로 부터 받은 육신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너의 몸은 조금 먹지 못한다고 해서 상할 몸이 아니며 여신님의 기운으로 움직이는 것이니 섭식으로 인하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다. 그런 육체이니 조금 더 소중히 다루고 경건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나의 바람이고 결국 모든 것은 여신님께서 결정하시겠지만.”

캔이 자꾸 나에게 비건을 강요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너무 성실하다. 이런 경우에는 신실하다고 해야하나?

 캔의 말대로 지치지 않는 육체를 가진 내가 대부분 모닥불의 불씨를 지키며 야영을 마무리 했다. 우리는 아주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다. 푸르스름한 빛이 숲을 감싸고 모든 잎사귀에 이슬이 송골송골 할 때 또다시 무언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위험할거다. 조심해.”

캔은 형식적인 경고를 주었다. 가고 마을까지 가는 길에 길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숲 때문이다. 이 숲에는 상당히 많은 마물들이 있고 대부분의 마물이 호전적인 성향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그의 경고가 ‘이제 싸울 준비해’라는 말로 들렸다. 

 

 이 세계의 마물은 아주 신기한 형태를 하고있다. 이전 세계에서 상상하던 고블린, 오크 같은 마물이 아니다. 마치 포x몬이나 X지몬의 진화체들 처럼 어딘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모습이 기괴해서 동물들과 쉽게 그분이 된다. 예를 들자면 마치 얼굴에 투구를 쓴 것 처럼 딱딱한 외피 조직이 얼굴을 감싸고 뿔이 있는 종류가 있다. 그런 생김새로 두 발로 왈라비 처럼 뛰어다니는 놈이 있는가 하면 네발로 기거나 날아다니는 종류도 있다. 그들 모두 날카로운 발톱이 있으며 신비한 보라빛 털들이 마치 시그니쳐 처럼 특정부위에 나있다. 

 또 눈썹 끝이 마치 송곳니 처럼 딱딱한 엄니 같은 것으로 되어 있으며 민트 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종류도 있다. 이들은 딱히 홍체가 동공이 보이지 않으며 마치 로봇 X담의 그것 같은 눈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두더지 처럼 땅을 파고 다니거나 네발로 달리거나 날아다니는 등 다양한 형채가 있지만 눈이 모두 동일한 형태로 생겼다. 이런식으로 이쪽의 마물은 마치 시리즈 처럼 존재한다. 그래서 이 종들을 나 혼자 구분해서 부르곤 하는데 대표적인게 시그니쳐 같은 보라빛 털을 가진 종류를 보라돌이 시리즈라고 부른다.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우리는 보라돌이 세마리를 마주했다. 두발로 뛰어다니는 놈 하나와 네발로 기어다니는 놈 두마리다. 그들은 마치 서로 같은 종인 것을 인식하는 듯, 동일한 시리즈들 끼리는 서로 공격을 하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캔의 앞에 서서 몸을 풀었다. 캔은 익숙한 듯 몸을 뒤로 빼며 멀찍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축복기도도 해줬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해주지 않아 조금은 서운하다. 

 

 나는 동시에 달려드는 녀석들을 향해 내달려서 가장 먼저 가운데 있는 녀석에게 앞차기를 했다. 나의 빠르고 갑작스러운 동작에 두발로 뛰어다니는 놈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명치를 가격 당해 멀리 날아갔다. 양 쪽의 두 녀석은 황급히 자세를 바꿔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다리를 찢어 양쪽을 향해 발차기를 했다. 양 쪽의 괴물들이 턱을 맞고 기절했다. 

 난 확인사살이 전투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한 힘만 믿고 우쭐거리다간 다시금 여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아무리 여신이 준 육체라곤 하지만 죽음을 피할지 장담할 수 없고 실험해 볼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실신한 듯 쓰러진 녀석들의 머리를 짓밟아 터트렸다. 괴물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때 멀리 날아갔었던 두 다리로 점프하는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나는 녀석의 속도를 가늠해본 다음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을 돌렸다. 

-퀴에에엑

회전중이지만 들려오는 괴성으로 녀석의 위치를 가늠하기 쉬웠다. 나는 그대로 540도 뒤후려차기를 했고 훌륭히 녀석의 머리에 적중했다. 여신이 준 육체. 이것의 성능은 정말 놀랍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터져나가자 뒤에 숨어있던 캔이 나왔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괴물의 시체 덩어리와 뇌수 처럼 보이는 무언가들이 지저분한 참상을 보고서 잠시 손을 모아 기도를 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길을 나섰다. 괴물의 종류나 수만 다를 뿐 우리의 여정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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