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작)

재활글 4

by 야미카 posted Mar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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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의 계약과 뉴 라이프

 

“흥흥후흥~”

 

  넓디 넓은 대욕탕에서 홀로 콧노래를 부르는 소녀. 뱀파이어족 명문가 중 하나, 포리가리츠가의 막내인 마리나 포르가리츠는 평소처럼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뱀파이어들이 질색하는 햇빛, 그게 절정에 이르는 점심 무렵에 하는 목욕은 그녀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쏴아아

 

  80평 정도 되는 목욕탕에 물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가족들과는 달리 하인들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몸을 씻는 걸 선호했다.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씻기 불편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따라붙는 시종이나 호위 없이 있을 수 있는 얼마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아~”

 

  뜨끈한 탕에 몸을 담그자 안도의 한숨이 자기도 모르게 나왔다. 큰 고민이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마리나는 그저 지루했다. 그녀의 나이 서른다섯. 평균 500년을 사는 그들 종족에겐 어린애나 다름없는 나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좋은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온 탓인 지는 몰라도, 그녀는 자극을 원했다.

 

  “답답해.”

 

  가정교사에게 배운 바에 따르면 북쪽 국경을 넘으면 흰 피부의 인간과 웨어울프가, 남쪽에는 구미호와 검은 피부의 인간들이 있다고 했다. 동쪽엔 황색 피부의 인간과 엘프가 살고, 서쪽엔 도깨비와 미노타우르스의 나라가 있다는데 전부 들은 것일뿐. 마리나는 자신의 눈으로 실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를 만든 파르마신과 모든 것의 중심인 아트세신께 빕니다….”

 

  하나 같이 바빠서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은 가족들에게 여행을 권하는 건, 마리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혼자 떠나는 여행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기도 뿐이었다. 딱히 신실한 신도가 아니었기에, 이래봤자 이뤄지는 건 없으리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킨 그때였다.

 

  -펑!

 

  폭음과 함께 목욕탕 지붕이 박살났다.

 

 

 

  “사, 살았다. 근데 이거 어쩌냐….”

 

  아리오나는 반파된 지붕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법 실패로 인한 폭발이 오롯이 전방을 향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최소한 자기가 시전한 마법 때문에 사망하는 개죽음은 피했다. 다만 대기 중의 마나는 물론이고, 몸 안에 있던 마력을 닥치는 대로 끌어 쓴 대가가 그녀를 찾아왔다.

 

  “너무 무리했나 보다.”

 

  이세계인들에게 있어 마력이란 피나 수분과 같아, 부족해지면 빈혈, 혼절, 두통 등 몸에 이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아리오나는 극심한 마력 부족 증상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녀의 의식이 끊어지자, 상준의 몸은 자연히 끈 떨어진 연이 되었다.

 

 

 

  ‘나른하다.’

 

  자는 것도, 깨있는 것도 아닌 묘한 상태가 주는 기분 좋은 나른함. 상준은 포근한 느낌에 취해 있었다. 마치 뜨끈한 탕에 잠겨있는 것처럼 몸이 가볍다. 공원 화장실에서 남몰래 세수나 하던 그에게 있어 온수는 축복처럼 느껴졌다. 언제까지고 이 상태로 있고 싶다 생각했다… 20초 정도는.

 

  ‘숨 막혀!’

 

  “푸아!”

 

  물에 빠진 사람이 으레 그렇듯, 상준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팔다리를 휘저었다. 제3자가 본다면 추해보일 정도의 간절함이 통한걸까. 필사의 버둥거림은 성과를 거뒀다. 일단 살았다는 안도감은 상준에게 이성을 돌려주었고, 그것은 자신이 지금 껴안고 있는 게 무엇인지 떠올려 볼 계기가 되었다.

 

  -말랑

 

  말랑하다? 부표나 튜브 따위를 생각하던 소년은 흠칫했다. 그는 서둘러 부유물이라 생각하던 것에게서 떨어졌고, 그제서야 자신이 무엇에 매달려 있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여자애?!’

 

  창백해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물을 먹어 착 가라앉은 금발과 새빨간 동공.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소녀가 놀란 표정으로 상준을 보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공중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일어나 보니 익사 직전이었고, 간신히 살았나 싶었는데 웬 알몸의 여자애가 앞에 있다. 여긴 어디고 얘는 또 누구야. 가장 필요할 때 코빼기도 안 보이는 아리오나를 욕하며, 상준은 첫만남인 상대에게 가장 먼저 할만한 말을 건냈다.

 

  “안녕…?”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외치며 주먹을 들어올리는 소녀. 반사적으로 가드를 올린 상준이었지만, 그녀가 날리는 따귀나 주먹따위 무섭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자기보다 체구도 작고, 어려보이는 소녀의 고사리 같은 손이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

 

  -텅!

 

  “컥!”

 

  등짝이 깨질 것처럼 아프다. 정신이 혼미하고 시야가 흔들린다. 분명 나는 탕 안에 있었을텐데? 쇄골 아래까지 차있던 그 많은 물은 다 어디간걸까. 상황 파악이 안되는 걸 보니 머리도 부딪힌 것 같은데…. 일단 일어서기 위해 바닥에 손을 짚었다.

 

  -철퍼덕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넘어졌다. 팔이 몸을 지탱하질 못한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악!”

 

  그의 양팔은 부러져 있었다. 팔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자 고통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상준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었다.

 

  -찰박찰박

 

  소년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 수증기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은 160cm 언저리의 인간처럼 보였다. 오른팔로 추측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오른팔이 있어야 할 자리엔 몸통보다도 큰 무언가가 달려있었고, 그것은 팔이라기엔 너무 컸다. 여자아이의 몸에 코끼리의 다리를 붙여놓은 것 같은 부조화.

 

  ‘어떡하지.’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뭘 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하다 못해 말이라도 통했으면 좀 나았을까? 잠깐, 말?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상준. 그 순간 죽음을 기다리던 공허한 눈동자는 빛을 되찾았다.

 

  ‘만약 정말 된다면….’

 

  결국 시야 안에 나타난 소녀. 날카로운 도끼눈은 그녀의 기분이 영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소년의 눈길을 끄는 건 기괴한 오른팔이었다. 2미터를 훌쩍 넘을 것 같은 기다랗고 근육질인 팔. 두께만 해도 소녀의 몸통보다 두껍고, 털이 북슬북슬한 것이 거대한 고릴라의 것 같기도 했다. 저것은 팔의 형태를 한 흉기에 가까웠다.

 

  “*@#%@*#%#”

 

  또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주먹을 쥐는 소녀. 그 앞에서 상체만 겨우 일으킨 상준은 상상했다. 자꾸만 솟아나는 의심을 억누르며, 혀끝에 간절함을 담아 중얼거렸다.

 

  “이곳에서 나지 않은 자가 바란다.”

 

  -쉭!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내질러진 주먹.

 

  “벼락불조차 얼려버릴 냉기를.”

 

  몇 초만 더 빨랐다면, 수 센치만 더 움직였더라면 상준의 머리는 두부처럼 으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숨 죽인 채 꽁꽁 언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 당장이라도 얼음을 깨부수고 거대한 주먹을 휘두를 것 같았다. 그녀가 무력화 됐다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린 상준.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어서 여길 떠야해!”

 

  냉기는 수증기를 없앴고, 탁 트인 시야는 상준에게 이 장소를 파악할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일어서기 위해 낑낑댔다. 여기가 어딘지 저 소녀가 누군지 정확한 정보따윈 없지만, 추측만으로도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동기가 되긴 충분했다.

 

  -철퍼덕!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 상준은 기어가며 생각했다. 여긴 아리오나의 나라가 아니야! 저 여자애는 뿔과 날개가 없어. 거기다 붉은 눈과 신체 변형, 저건 뱀파이어족의 특징이야. 저 여자애가 포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혼자 자유롭게 목욕이나 하라고 풀어둘 리가 없지.

 

  ‘뭐가 됐든 알몸 여자애랑 같이 있는 걸 보여서 좋을 건 없어. 빨리 도망쳐야….’

 

  “@#$#%#$@&@!”

  “망했네.”

 

  -탕탕!

 

  여러 사람의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린다. 하긴 이렇게나 요란하게 날뛰었으니 당연한가. 경비병인지 뭔지는 몰라도 발견되면 위험하다. 홀로 목욕탕에 있던 여자애를 습격한 괴한으로 밖에 안 보이는 모양새.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변명하기 힘들어. 심지어 여기 말도 모르는 나로선 자기변호도 못해. 문이 얼어서 안 열리는 사이에 도망쳐야한다.

 

  ‘빠져나가야 하는데….’

 

  상황과는 별개로 몸에 힘이 없고 정신은 혼미해져간다. 휘청휘청 걷던 그는 결국 얼마 못 가 쓰러지고 말았다.

 

 

 

  -쾅!

 

  큰 소리와 함께 목욕탕 문이 박살났다. 방해물이 없어지자 똑같은 옷을 입은 장정 여럿이 우르르 들어왔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가장 고참으로 보이는 남자는 상황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계를 그어놓은 것처럼 입구 주변만 싹 얼어있는 목욕탕과 얼음 조각이 되어있는 경호 대상. 목욕탕 지붕이 폭발하는 걸 확인하고 즉시 달려왔건만, 몇 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남자는 자신의 고용주인 포르가리츠 백작의 섬뜩한 표정을 떠올렸다.

 

  “칠, 리븐! 너흰 아가씨를 녹이고, 나머지는 이 잡듯이 수색해라. 이거 수습 못하면 너나 나나 죄다 모가지야.”

 

  ‘동생을 끔찍이도 아끼는 양반이 이 일을 알면 어떤 꼴을 당할지….’

 

  잘리는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겉으로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호위대의 대장이었다.

 

  “대장! 여기 수상한 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합니다.”

 

  구석에 쓰러져 있는 상준을 쓱 훑어본 대장은 쯧 혀를 차더니 말했다.

 

  “인족이네? 피부색을 보아하니 동인인 것 같은데…. 양팔이 부러지고 만신창이구만, 끔찍하게도 죽었네. 다른 놈도 있나 잘 찾아봐!”

  “아니, 대장 이 녀석 살아있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마력이 전혀 없잖아.”

 

  이게 무슨 소리냐며 되묻는 대장에게 부하는 답했다.

 

  “저도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짭니다.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숨도 쉬고 있고요.”

  “네 말은 저기 있는 인족 꼬마가 체내에 마력이 전혀 없는데 살아있다고?”

 

  시원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대장을 향해 부하는 항변하듯 말했다.

 

  “생명체라면 많든 적든 마력을 가지고 있죠. 우리 같은 사람부터 쪼끄만 쥐새끼도요. 저처럼 배움이 짧은 놈도 그 정도는 압니다. 그런데 그 상식에서 벗어난 놈이 눈앞에 있는 걸 어쩌겠습니까! 안 믿기시면 직접 보시던가요.”

  “그래그래. 어디 한 번 보자고.”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는 그때였다.

 

  -쩍

 

  “어이, 이게 무슨 소리… 전원 엎드려!”

 

  심상찮은 소리에 뒤를 돌아본 대장. 그는 명령을 내리는 것과 함께 해동하던 부하들 앞에 섰다. 마리나를 덮고 있던 얼음에 쫙 금이 갔다. 이럴 땐 둘 중 하나다. 외부에서 해동을 잘못했거나, 얼어붙은 본인이 스스로 깨고 나올 경우다. 숙련된 전문가인 부하들이 실수를 할 리는 없으니 후자일 것이다. 만약 스스로 깨고 나오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펑!

 

  세열 수류탄처럼 온 사방으로 얼음 파편이 흩뿌려진다는 것이다. 부하들을 보호하듯 막아선 대장의 손등이 터지며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혈액의 벽이 되어 자신과 부하에게로 향하는 파편을 막아냈다.

 

  “다들 무사한가?!”

 

  부하들의 무사를 확인하는 그에게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

 

  “부하들부터 챙기다니, 좋은 대장이네요. 하지만 사용인으로선 수준 미달이에요.”

  “컥!”

 

  피의 방패를 뚫고 그의 목을 조이는 작고 고운 손. 마리나는 조곤조곤한 투로 말했다.

 

  “우리 오라버니께선 나에게 가해질 위해를 막고자 당신을 고용한 걸텐데.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해명할 건가요?”

 

  너무 꽉 잡힌 탓에 제대로 말도 못하는 대장을 내던진 마리나. 그녀는 상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저 침입자는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세요. 물론 이 집에서 우리 말곤 아무도 모르게.”

 

  간신히 기침을 멈춘 대장이 물었다.

 

  “목욕탕 지붕이 폭발하고, 아가씨가 습격 당했는데 이걸 숨기신다고요? 나중에 도련님이 아시면….”

 

  그의 말을 자르며 마리나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누군가 침입은 했지만, 저는 무사하고 침입자는 당신들과 싸우다 도망친 거에요.”

  “거짓 보고를 올리란 말씀입니까? 그런 짓을 했다가 발각되면 저희는 끝장입니다.”

 

  대장의 말을 들은 마리나는 킥킥대다 말을 이었다.

 

  “사실대로 말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뭐 원하는대로 하세요. 자기들의 태업으로 지켜야할 대상도 제대로 못 지킨 무능함을 밝히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어요.”

  “예?! 저흰 물러가 있으라는 아가씨의 명령으로….”

 

  화들짝 놀라 반박하는 대장에게 마리나는 웃음을 잃지 않고 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상준을 챙긴 용병들이 자리를 떠나고, 마리나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타들어가듯 아파왔다. 전신 냉동을 억지로 깨고 나온 탓이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 차 있는 건 고통 이상의 흥분이었다.

 

  ‘몸에 마력이 전혀 없고, 공기 중에 마나를 끌어다 쓰는 기미도 없었는데 마법을 썼단 말이지. 심지어 그 주문… 그런 주문은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어.’

 

  “하아, 이런 신기한 장난감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둘 수 없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땀투성이가 된 몸을 다시 한 번 탕에 담궜다. 음험한 웃음소리가 욕탕에 울렸다.

 

  “대장, 이거 진짜 괜찮을까요?”

  “뭐가.”

  “마리나 아가씨 말입니다. 서슬 퍼런 눈빛하며 음산한 분위기가 아주 딴 사람 같던데….”

 

  부하의 우려 섞인 질문에 대장은 한숨을 푹 쉬고는 답했다.

 

  “한창 민감할 때의 여자애가 목욕 중에 습격 당했으니 예민해졌나 보지. 그리고 인마! 고용주가 하라면 해야지, 용병 주제에 뭔 가타부타 말이 많아. 요즘 먹고 살만 하니까 빠져가지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돌리는 그였지만 이미 등에는 식은땀이 주륵 흐르고 있었다. 대장은 자신에 어깨에 얹어진 상준을 힐끔 보고 생각했다.

 

  ‘스스로 자처한 일이니 동정하진 않겠지만, 내 자식만한 놈의 시체를 치울 생각하니 기분이 영 더럽군.’

 

  자신의 팔자가 꽈배기처럼 꼬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소년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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