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2024.04.04 22:19

이사하고 느낀것

조회 수 3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1. 아무리 돈 써서 포장이사해도 이사는 ㅈㄴ 힘든거다. 
2. 이사하는 날 마침 비가 온다면 마음 속으로 비 오는 날 이사해야 부자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자꾸 되뇌어야 한다. 안 그러면 더 ㅈ같으니까
3. 동네 인테리어 가게 중에는 쌩양아치 새끼들이 많다. 전등도 안 갈고 인테리어 쓰레기 다 버려두고 마감 청소도 안 하면서 돈은 2천 넘게 달라는 미친것들도 있다. 
4. 각오는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깨진다. 어제 오늘 이사만 했는데 이사 업체, 각종 청소 업체에 부동산 복비에 근 300가까이 공중분해가 된다. 

 그래도 이사가 끝나고 나서 집을 둘러 보면 내가 아직은 차근 차근 올라가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결혼 전에는 7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그냥 저냥 살면서 취미에 전심전력이었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이제 리얼 라이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진거지. 돈이 없어서 아파트에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7평 남짓 원룸에서 살던 과거에 비해서는 참 많이 성장했지. 

 인생에는 큰 파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파도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빈도로 밀려들지 알수없지만 핵심은 내가 그 파도를 거스른다는게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파도를 타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삶의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딱히 무언가를 극복한다거나 그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천운인 건지 결혼하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중학생 때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발로 차고 나온 친부가 떠오른다. 당신이 퇴사한 그 길에 사온 대게를 가족들이 모여서 먹었던 그 풍경이 생각난다. 당시 중학생이 었던 나는 그 때부터 두려웠다. 그 풍경은 아늑한 느낌도 있었고 맛있는 대게에 기분이 좋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친부와 계모의 이야기가 목소리와 달리 상당히 심각하고 무거웠기에 그 12월을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고난의 시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나는 온 몸으로 느꼈었다. 그래서 그 끝과 시작의 그 부분이 언제나 두려웠다. 매년 12월이 되면 20년이 지나도 날 따라다니는 망령같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보기도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벤트를 만들어 떠들썩하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던 그때의 순간들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에 난 언제나 그 망령이 내 온 몸을 훑고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라고 말하며 비릿 웃음을 남기고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완전히 극복한건 아니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그 아픔에 조금은 의연해진 것 같다. 결국 과거는 과거이고 내 옆에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이렇게 성장하였으니까. 이제서야 이 낡은 욕창과 고름을 들여다보고 짜낼 용기가 생겼으니까. 

 이사를 끝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는 그래도 부모의 야이기라는 사실을 근거로 예견된 미래를 두려워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리석게도 지나버린 과거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얽매여 바보같이 살았다는 생각. 어린 나보다 못하다니.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순리고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렘을 안고 살아갈지,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지는 스스로의 몫이니까, 나는 설렘을 안고 살아가기로 또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ㅈ같은 이사를 다시 안 하길 기원하며......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최근 발생한 사이트 내 문제의 원인에 대하여 2 뉴리대장 2024.07.11 2 97
공지 사이트 이용 규칙(2024.02.23. 수정) 17 뉴리대장 2022.06.29 34 3769
공지 공지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뉴리대장 2022.07.04 12 1961
공지 공지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뉴리대장 2022.06.29 19 2099
공지 숨기기
3728 잡담 연애하고싶다 ㅠㅠ 6 정은창 2022.06.30 1 107
3727 잡담 겜 공략과 관련된건 L위키와 어느정도 분담하자 7 newri 2022.06.30 4 242
3726 잡담 플심은 뭔가 공략을 쓰자니 2 file 에어버거 2022.06.30 0 67
3725 잡담 버튜버) 8시 우타와꾸라니 1 상암토와 2022.06.30 0 56
3724 잡담 구리웹 일단 정상화는 됐는데 4 file 빡빡이아저씨 2022.06.30 1 231
3723 잡담 퇴근한거시야 1 file 밤피르 2022.06.30 0 75
3722 잡담 늦었지만 이쪽도 가입 2 file 녹제나 2022.06.30 0 70
3721 잡담 뉴리넷 검색 설명 어떰 1 file newri 2022.06.30 2 86
3720 잡담 오 점차 개선돼 가네 베르나데트 2022.06.30 2 97
3719 잡담 뉴리넷 다좋은데 역시 유동인구가 아쉽다 4 ]몽쉘[ 2022.06.30 0 210
3718 잡담 테블릿에서 편하게 보고 싶을때 팁 newri 2022.06.30 1 96
3717 잡담 여기 다 좋은데.. 2 반다인 2022.06.30 0 194
3716 잡담 버튜버) 클립 번역글 올려도 됨? 9 file 하코스벨즈 2022.06.30 11 282
3715 잡담 베스트 글이 직관적으로 상단부에 올라오는지 아닌지가 생각보다 큰듯 2 듐과제리 2022.06.30 0 126
3714 잡담 구유게는 진짜 ... 이젠 갔구나 13 오오조라스바루 2022.06.30 5 427
3713 잡담 반년이 벌써 지났군 1 동반자핫팩 2022.06.30 1 101
3712 잡담 짤은 노출만 심하지 않으면 괜찮은거야? 9 ラプラス・ダークネス 2022.06.30 0 127
3711 잡담 @) 사이스타 천장 친 기록 3 file VAAS 2022.06.30 3 88
3710 잡담 결국 이건 쓸 일 조차 없어졋네 ... 9 file 똑똑한얼굴 2022.06.30 5 348
3709 잡담 뉴리웹도 빨리 컨셉 생기면 좋겠다 3 코스트코치즈케이크 2022.06.30 0 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236 Next
/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