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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4.04.04 22:19

이사하고 느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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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리 돈 써서 포장이사해도 이사는 ㅈㄴ 힘든거다. 
2. 이사하는 날 마침 비가 온다면 마음 속으로 비 오는 날 이사해야 부자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자꾸 되뇌어야 한다. 안 그러면 더 ㅈ같으니까
3. 동네 인테리어 가게 중에는 쌩양아치 새끼들이 많다. 전등도 안 갈고 인테리어 쓰레기 다 버려두고 마감 청소도 안 하면서 돈은 2천 넘게 달라는 미친것들도 있다. 
4. 각오는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깨진다. 어제 오늘 이사만 했는데 이사 업체, 각종 청소 업체에 부동산 복비에 근 300가까이 공중분해가 된다. 

 그래도 이사가 끝나고 나서 집을 둘러 보면 내가 아직은 차근 차근 올라가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결혼 전에는 7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그냥 저냥 살면서 취미에 전심전력이었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이제 리얼 라이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진거지. 돈이 없어서 아파트에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7평 남짓 원룸에서 살던 과거에 비해서는 참 많이 성장했지. 

 인생에는 큰 파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파도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빈도로 밀려들지 알수없지만 핵심은 내가 그 파도를 거스른다는게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파도를 타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삶의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딱히 무언가를 극복한다거나 그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천운인 건지 결혼하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중학생 때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발로 차고 나온 친부가 떠오른다. 당신이 퇴사한 그 길에 사온 대게를 가족들이 모여서 먹었던 그 풍경이 생각난다. 당시 중학생이 었던 나는 그 때부터 두려웠다. 그 풍경은 아늑한 느낌도 있었고 맛있는 대게에 기분이 좋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친부와 계모의 이야기가 목소리와 달리 상당히 심각하고 무거웠기에 그 12월을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고난의 시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나는 온 몸으로 느꼈었다. 그래서 그 끝과 시작의 그 부분이 언제나 두려웠다. 매년 12월이 되면 20년이 지나도 날 따라다니는 망령같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보기도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벤트를 만들어 떠들썩하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던 그때의 순간들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에 난 언제나 그 망령이 내 온 몸을 훑고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라고 말하며 비릿 웃음을 남기고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완전히 극복한건 아니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그 아픔에 조금은 의연해진 것 같다. 결국 과거는 과거이고 내 옆에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이렇게 성장하였으니까. 이제서야 이 낡은 욕창과 고름을 들여다보고 짜낼 용기가 생겼으니까. 

 이사를 끝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는 그래도 부모의 야이기라는 사실을 근거로 예견된 미래를 두려워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리석게도 지나버린 과거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얽매여 바보같이 살았다는 생각. 어린 나보다 못하다니.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순리고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렘을 안고 살아갈지,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지는 스스로의 몫이니까, 나는 설렘을 안고 살아가기로 또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ㅈ같은 이사를 다시 안 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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