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2024.04.04 22:19

이사하고 느낀것

조회 수 918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1. 아무리 돈 써서 포장이사해도 이사는 ㅈㄴ 힘든거다. 
2. 이사하는 날 마침 비가 온다면 마음 속으로 비 오는 날 이사해야 부자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자꾸 되뇌어야 한다. 안 그러면 더 ㅈ같으니까
3. 동네 인테리어 가게 중에는 쌩양아치 새끼들이 많다. 전등도 안 갈고 인테리어 쓰레기 다 버려두고 마감 청소도 안 하면서 돈은 2천 넘게 달라는 미친것들도 있다. 
4. 각오는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깨진다. 어제 오늘 이사만 했는데 이사 업체, 각종 청소 업체에 부동산 복비에 근 300가까이 공중분해가 된다. 

 그래도 이사가 끝나고 나서 집을 둘러 보면 내가 아직은 차근 차근 올라가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결혼 전에는 7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그냥 저냥 살면서 취미에 전심전력이었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이제 리얼 라이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진거지. 돈이 없어서 아파트에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7평 남짓 원룸에서 살던 과거에 비해서는 참 많이 성장했지. 

 인생에는 큰 파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파도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빈도로 밀려들지 알수없지만 핵심은 내가 그 파도를 거스른다는게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파도를 타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삶의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딱히 무언가를 극복한다거나 그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천운인 건지 결혼하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중학생 때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발로 차고 나온 친부가 떠오른다. 당신이 퇴사한 그 길에 사온 대게를 가족들이 모여서 먹었던 그 풍경이 생각난다. 당시 중학생이 었던 나는 그 때부터 두려웠다. 그 풍경은 아늑한 느낌도 있었고 맛있는 대게에 기분이 좋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친부와 계모의 이야기가 목소리와 달리 상당히 심각하고 무거웠기에 그 12월을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고난의 시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나는 온 몸으로 느꼈었다. 그래서 그 끝과 시작의 그 부분이 언제나 두려웠다. 매년 12월이 되면 20년이 지나도 날 따라다니는 망령같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보기도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벤트를 만들어 떠들썩하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던 그때의 순간들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에 난 언제나 그 망령이 내 온 몸을 훑고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라고 말하며 비릿 웃음을 남기고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완전히 극복한건 아니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그 아픔에 조금은 의연해진 것 같다. 결국 과거는 과거이고 내 옆에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이렇게 성장하였으니까. 이제서야 이 낡은 욕창과 고름을 들여다보고 짜낼 용기가 생겼으니까. 

 이사를 끝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는 그래도 부모의 야이기라는 사실을 근거로 예견된 미래를 두려워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리석게도 지나버린 과거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얽매여 바보같이 살았다는 생각. 어린 나보다 못하다니.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순리고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렘을 안고 살아갈지,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지는 스스로의 몫이니까, 나는 설렘을 안고 살아가기로 또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ㅈ같은 이사를 다시 안 하길 기원하며......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1. No Image notice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Date2022.06.29 By뉴리대장 Views27540 Votes35
    read more
  2. No Image notice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Date2024.09.13 Category공지 By뉴리대장 Views10767 Votes2
    read more
  3. No Image notice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Date2022.07.04 Category공지 By뉴리대장 Views14665 Votes12
    read more
  4. No Image notice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Date2022.06.29 Category공지 By뉴리대장 Views16315 Votes20
    read more
  5. 남북전쟁 당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모습 + 한가지 더 (4)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트라린 Views618 Votes2
    Read More
  6. @)이번 이벤트는 낙승이었읍니다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김건담Mk-2 Views1444 Votes0
    Read More
  7. No Image

    환불규정 생기기 전 ESD 플랫폼 세일 (4)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The_Libertines Views682 Votes2
    Read More
  8. No Image

    스페인에서 2천년 묵은 고대 로마 시절 화이트 와인이 액체 상태로 발견 (2)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트라린 Views716 Votes3
    Read More
  9. 레이니75 정발판 나왔구나 (9)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The_Libertines Views794 Votes3
    Read More
  10. 역시 또또케 (3)

    Date2024.06.23 Category유머 By정달호 Views670 Votes3
    Read More
  11. 이런 포장을 속된 말로 '겟또바시'라고 하는구나 (5)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트라린 Views697 Votes2
    Read More
  12.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3 (3)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정달호 Views581 Votes2
    Read More
  13. 두가지 타입의 게이머 (3)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정달호 Views688 Votes3
    Read More
  14. 국제법에 명시된 아기 울때 행동지침 (4)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정달호 Views684 Votes3
    Read More
  15. No Image

    대만 아로나 재밌네 (2)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오버도즈 Views765 Votes3
    Read More
  16. [FGO] 2024.06.23.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2)

    Date2024.06.23 Category게임 Bymadmouse Views736 Votes2
    Read More
  17. 정부가 세금으로 해주는 문신 (3)

    Date2024.06.23 Category유머 By정달호 Views751 Votes3
    Read More
  18. 뉴리넷 1회성 10달러 후원/건의사항 (1)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IIIiiiIIiIIIi Views786 Votes4
    Read More
  19. 오늘 런닝 기록 세우다 (4)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IIIiiiIIiIIIi Views752 Votes3
    Read More
  20. No Image

    노벨피아 웹소 잘 보고 있었는데 (3)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추가열 Views649 Votes2
    Read More
  21. 바보 (3)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정달호 Views664 Votes3
    Read More
  22. No Image

    조용해서 몰랐는데 손흥민도 법정싸움중이었네요.. (1)

    Date2024.06.23 Category잡담 By머레보 Views595 Votes1
    Read More
  23. No Image

    포르자호라이즌5) 아오엔 미쳤네 (4)

    Date2024.06.23 Category게임 By루돌프NDCT Views607 Votes2
    Read More
  24. No Image

    요네즈켄시) 미아인 킥백쨩

    Date2024.06.23 Category유머 By고래껄룩이 Views639 Votes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 517 Next
/ 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