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2024.04.04 22:19

이사하고 느낀것

조회 수 891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1. 아무리 돈 써서 포장이사해도 이사는 ㅈㄴ 힘든거다. 
2. 이사하는 날 마침 비가 온다면 마음 속으로 비 오는 날 이사해야 부자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자꾸 되뇌어야 한다. 안 그러면 더 ㅈ같으니까
3. 동네 인테리어 가게 중에는 쌩양아치 새끼들이 많다. 전등도 안 갈고 인테리어 쓰레기 다 버려두고 마감 청소도 안 하면서 돈은 2천 넘게 달라는 미친것들도 있다. 
4. 각오는 했지만 돈이 너무 많이 깨진다. 어제 오늘 이사만 했는데 이사 업체, 각종 청소 업체에 부동산 복비에 근 300가까이 공중분해가 된다. 

 그래도 이사가 끝나고 나서 집을 둘러 보면 내가 아직은 차근 차근 올라가고 있구나 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결혼 전에는 7평도 안 되는 원룸에서 그냥 저냥 살면서 취미에 전심전력이었었는데 결혼을 하니까 이제 리얼 라이프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진거지. 돈이 없어서 아파트에는 못 들어가지만 그래도 7평 남짓 원룸에서 살던 과거에 비해서는 참 많이 성장했지. 

 인생에는 큰 파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파도가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빈도로 밀려들지 알수없지만 핵심은 내가 그 파도를 거스른다는게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파도를 타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살려고 삶의 방향을 잡았다. 지금도 딱히 무언가를 극복한다거나 그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천운인 건지 결혼하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네.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중학생 때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발로 차고 나온 친부가 떠오른다. 당신이 퇴사한 그 길에 사온 대게를 가족들이 모여서 먹었던 그 풍경이 생각난다. 당시 중학생이 었던 나는 그 때부터 두려웠다. 그 풍경은 아늑한 느낌도 있었고 맛있는 대게에 기분이 좋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친부와 계모의 이야기가 목소리와 달리 상당히 심각하고 무거웠기에 그 12월을 끝으로 우리는 새로운 고난의 시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나는 온 몸으로 느꼈었다. 그래서 그 끝과 시작의 그 부분이 언제나 두려웠다. 매년 12월이 되면 20년이 지나도 날 따라다니는 망령같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보기도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벤트를 만들어 떠들썩하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던 그때의 순간들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에 난 언제나 그 망령이 내 온 몸을 훑고서 '이번은 그냥 넘어가 주지.'라고 말하며 비릿 웃음을 남기고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완전히 극복한건 아니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그 아픔에 조금은 의연해진 것 같다. 결국 과거는 과거이고 내 옆에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이렇게 성장하였으니까. 이제서야 이 낡은 욕창과 고름을 들여다보고 짜낼 용기가 생겼으니까. 

 이사를 끝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는 그래도 부모의 야이기라는 사실을 근거로 예견된 미래를 두려워 했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리석게도 지나버린 과거를,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얽매여 바보같이 살았다는 생각. 어린 나보다 못하다니. 

 여전히 미래는 알 수 없다. 그것이 순리고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렘을 안고 살아갈지, 아니면 두려움을 안고 살아갈지는 스스로의 몫이니까, 나는 설렘을 안고 살아가기로 또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ㅈ같은 이사를 다시 안 하길 기원하며......
 
목록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뉴리대장 2022.06.29 35 26686
공지 공지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뉴리대장 2024.09.13 2 10611
공지 공지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뉴리대장 2022.07.04 12 14498
공지 공지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뉴리대장 2022.06.29 20 16104
공지 숨기기
8336 잡담 귀네슈-축구감독 희망해 추가열 2024.04.04 0 640
» 잡담 이사하고 느낀것 2 루돌프NDCT 2024.04.04 0 891
8334 유머 염소트리버 2 file 사막눈여우 2024.04.04 1 683
8333 게임 [FGO] 2024.04.04.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4.04 0 743
8332 잡담 제약회사 들어가고 싶은데 추가열 2024.04.03 0 869
8331 잡담 인터넷 안 된다. 4 루돌프NDCT 2024.04.03 0 743
8330 잡담 오늘도 월급루팡 3 file 사막눈여우 2024.04.03 3 1047
8329 게임 [FGO] 2024.04.03.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4.03 0 692
8328 잡담 K리그 대전-울산 보는데 김영권도 이젠 흠... 1 추가열 2024.04.02 0 950
8327 게임 [FGO] 2024.04.02.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4.02 0 680
8326 창작(자작) 월급루팡 하며 그린 그림 한장 3 file 사막눈여우 2024.04.02 2 657
8325 애니/서브컬쳐 살기 힘든데 숨좀 쉬고가자 1 file IIIiiiIIiIIIi 2024.04.02 1 651
8324 잡담 서비스 종료안내 2 file 사쿠라미코 2024.04.01 2 930
8323 게임 [FGO] 2024.04.01.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완료 file madmouse 2024.04.01 0 852
8322 창작(자작) 재활글 6 야미카 2024.04.01 1 630
8321 게임 [FGO] 2024.03.31.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3.31 0 704
8320 잡담 플5 있는 사람들 있음? 2 IIIiiiIIiIIIi 2024.03.31 1 782
8319 게임 [FGO] 2024.03.30.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3.30 0 683
8318 잡담 수요일 저녁 야근을 마치고 환화.... 4 루돌프NDCT 2024.03.29 1 762
8317 게임 [FGO] 2024.03.29. 데옹 메이드복 영의 실장 기원 file madmouse 2024.03.29 0 78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 515 Next
/ 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