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김대건 성상 조각가가 느낀 기적의 순간들.jpg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6qVRPEOEfP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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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3년 9월 16일,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성인의 순교 177주년이 되는 이 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설치되어 축복받았다.
성상 제작을 맡았던
한국조각가협회 명예이사장
한진섭 조각가는
돌이켜보니 그 모든 순간마다
기적이 함께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성상 제작에 필요한
대리석을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는데
'무늬가 없는 따뜻한 느낌의 하얀색 빛깔에
금 간 곳 없이 온전하고 단단한 돌'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진섭 조각가가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할 때
함께 동문수학했던 현지 친구들이
현재는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거나
자기처럼 중견 조각가로 활동하며
저마다 한가닥 하는 예술가가 되었는데,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모여서
'한국에서 유학왔던 우리 친구가
바티칸에 들어갈 성상을 조각한다는데
거기 필요한 대리석을 아직 못찾았다더라.
우리 모두 나서서 좋은 돌을 찾자'고 의기투합해
고대 로마 시대부터
대리석의 명산지로 유명한
카라라 인근 지역을
5개월 동안 이 잡듯 뒤져
조건을 충족하는 대리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23년 8월 9일,
3.77m 높이의 성상을 조각하다보니
비계나 사다리 등을 이용해
4m 가까운 높이를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 날 작업 중
4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작업장에 있던 사람들은
'암만 봐도 뼈가 골절된 것 같은데
조각가가 병원에 실려가면
성상 작업은 어떻게 되나'라고 걱정했으나
막상 한진섭 조각가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혀 다친 곳 없이
훌훌 털고 멀쩡하게 일어나자
'김대건 성인이 밑에서 받쳐줬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의 성상을 봉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승인을 받은 후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과
유흥식 추기경이 조각가 선정 과정을 논의할 때
감베티 추기경은 공모전을 통해 선정하고자 했지만
'한국 출신 성인이니 한국 출신 작가가 맡아야 한다'고
유흥식 추기경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감베티 추기경이 이를 받아들인 대신
'이탈리아에서 작업이 가능할 것,
가톨릭 신자일 것,
돌 조각 작업 전문가일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48년 동안 돌 조각을 해온 것,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한 것,
그동안 주로 만든 작품들은
곡선의 부드러움이 강조된 추상적 성격이 강했는데
바티칸으로부터 연락을 받기 몇 년 전부터
세종시 대전교구청의 김대건 성상,
수원시 버드내성당의 정하상 성상 등
사실적인 인물상을 집중적으로 조각한 것 등
감베티 추기경이 제시한 조건에 부합되어
성상 제작자로 선정된 한진섭 조각가는
자신이 조각의 길을 걷게 된 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김대건 성상을 제작하게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이를 위해
하느님이 훈련시킨 과정 같았다고 설명했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상》, 한진섭 요셉,
2023년, 377×183×120cm, 대리석,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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