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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Y1V4】 - 声Voice

20대 중반에 산악자전거에 미쳐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내리막 코스를 타고 내려오다가 갑자기 뇌출혈이 와서 중환자실 신세를 꽤 오래졌음

한 일주일 정도 코마 상태로 있다 깨어났는데 병실이라는게 정말 무서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사방은 대충 커튼에 내 옆에 바이탈 사인 모니터랑 꼬추에 소변줄 찬거 말고 변변히 뭐 별거 없이 지겹고 재미 없는 곳임

암튼 병실에서 멍때리는거 말고 할 수 있는게 없길래 엄마한테 제발 폰 갖고 오라고 해서 유튜브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내가 데레마스의 '부탁해 신데렐라'를 몇 번 들었더니 타임라인이 씹덕노래 천지로 바뀜

"시발 이런걸 원한게 아닌데"하면서 그냥 유튜브의 바다를 하루 종일 항해함 아마 밥 먹거나 의사양반이 진료하러 오는게 아니면 의식이 있는 한 종일 유튜브만 봤음

그러다 듣게 된게 VY1V4의 목소리란 곡인데 당시엔 VY1V4가 보카로인 줄도 몰랐고 미쿠가 보컬로이드라는거다 정도만 알고 있었고 미쿠 말고 딴 보컬로이드가 있는지 몰랐음

암튼 듣는데 가창력도 좋고 꽤나 어렵게 들리는 노래인데도 무서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부르길래 VY1V4란 가수가 대단한 사람 인가보다 했음

그도 그렇지만 내가 진짜 이 가수가 미쳤다고 생각한게 가사가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당신께선 떠날테죠 그러니 시간아 멈춰라 그리고 우리가 사람하던 때로 돌아가라 사랑하는 그 이가 떠나지 못하도록 해줘 뭐 대충 이런 가사인데 이런 애절한 가사에 감정을 싣지 않고 완벽하게 절제하며 부르는게 엄청나다고 생각했음...

오히려 죽도록 고통스러울 감정을 애써 통제하면서 제발 떠나가지 말라고 눈물 아닌 눈물로 처절하게 말하는것 같아서 가수도 미쳤고 기획하고 음악의 방향성을 설정한 프로듀서나 작곡가도 미친 사람이구나 싶었음

로보트가 부르는데 감정이 없는건 당연한거지만 그땐 몰랐으니 "와 시발, 세상은 역시 넓고 대단한 사람은 많구나!" 생각함

나중에 보컬로이드가 미쿠 말고도 많다는 것과 이 곡이 보컬로이드가 부른거라는거 알고 존나 실망함 ㅋㅋㅋ

사람이 아니였다니!!!!

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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