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외로 그 역사가 깊은 '행운의 편지' (1926.8.12 동아일보)
보는대로 듣는대로 생각나는 대로
忙中閑人(망중한인)
‘행운편지’의 유행
수년 전에 조선에도 돌아다니던 ‘행운편지’가 요즘 또 유행된다. 너무 싱거워서 되려 괴상한 이 행운편지의 발생지는 태평양 건너편 미국이란 나라다.
◇
내용은 아무 별 것이 없다. 싱겁기가 그지없고 심심하기가 짝이 없는 편지다. 편지 내용이 너무 평온하니까 불온하다고 보는 셈인지 그래도 경찰은 공연히 날뛴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속담처럼 경찰의 눈에는 불온만 보이는지 덮어놓고 이 편지의 왕복을 ‘주의’하고 ‘경계’한다.
◇
‘망중한자’는 받을 연분이 없는지 아직 이 편지를 받지 못하였다. 받지는 못하여도 보기는 보았다. 실상 복받기보다도 글씨 쓰기가 귀찮아서 이 편지가 온다고 하여도 못 받은 체 할 작정이다. 그러나 이 편지를 받지 못한 사람은, 첫째 보고도 싶을 것이고, 둘째 ‘호박’이라도 얻을 생각이 간절할련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만천하 독자에게 위선 일제히 알린다. 쓸 데 없는 절차를 밟을 것 없이 이렇게 대번에 알리는 것이 이 더운 여름에 수고도 덜 것이고 밤잠 못 자는 경찰의 한숨도 풀릴 것이다.
◇
편지원문 = 이 행운의 편지는 친구 ○○○씨가 보낸 것인데 나는 행운의 연결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당신을 비롯하여 8명의 친구에게 보냅니다. 당신도 이 편지를 등사해서 24시간 안으로 9명의 친구에게 보내십시오. 이 행운의 편지는 미국 어떤 대가의 손으로부터 시작되어 전세계를 돌아다니도록 한 것이니 이 연결이 중단이 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만약 이 연결을 깨뜨리는 때에는 당장에 악운이 이른다 합니다. 이대로 실행하면 당신은 9일 이내로 무슨 행운이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연결되어 온 경로의 인명人名은 약略함)
◇
“이 편지가 이렇게 돌아다니면 얼마 동안에 얼마나 퍼질고?” 하고 이 기사를 읽는 독자는 누구든지 한 번 생각하여 볼 듯 하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알려질 숫자가 아니다. 적어도 연필로 계산을 하거나, 수판을 들고 놓아보아야 알 일이다. 내가 독자를 위하여 이왕 수고하는 김이니까, 이것까지 대신으로 풀어볼까?
◇
첫째번에는 아홉 사람에게, 둘째 번에는 9×9=81 여든한 사람에게, 셋째번에는 칠백스물아홉 사람에게 퍼져간다. 이렇게 다섯번째만 가더라도 59,049명이나 되고, 열번만에 가서는 34억 8,678만 4,401명이나 된다. 전세계 인구의 두곱도 넘는다. 열한번째부터는 기가 막혀서 놓지 못할 숫자다. 이 이상 알고 싶은 독자가 있거든 혼자 풀어보는 게 좋겠다.
◇
‘계속’이란 이 같이 무서운 것이다. ‘연결’이란 이 같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원래 편지도 받지 못한 ‘망중한자’는 ‘행복’은커녕 ‘호박’도 얻지 못하였지마는 이 위대한 두 가지 힘을 이 행운편지에서 발견하였다.
-
저주성 편지를 추적해보면 비슷한 형태로 수세기는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싶은 물건 ㅋㅋ
유머/자유 게시판
유머를 포함하여 국내 정치 이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시판 입니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추천 수 | 조회 수 |
---|---|---|---|---|---|---|
공지 | 사이트 이용 규칙(2024.09.24. 수정) 17 | 뉴리대장 | 2022.06.29 | 35 | 27356 | |
공지 | 공지 | 수위가 있다 싶은것을 올릴 시에는 반드시 후방 같은 수위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문구를 제목에 다시기 바랍니다 2 | 뉴리대장 | 2024.09.13 | 2 | 10704 |
공지 | 공지 | 수위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3 | 뉴리대장 | 2022.07.04 | 12 | 14593 |
공지 | 공지 | 유머/자유 게시판 이용 안내 및 규칙 7 | 뉴리대장 | 2022.06.29 | 20 | 16228 |
5074 | 잡담 | 후방) 그냥 웹서핑 하는데 보여서 주워옴 | 정달호 | 2024.10.23 | 0 | 354 |
5073 | 잡담 | 그냥 신세한탄임(차량손상) 5 | 루돌프NDCT | 2024.10.21 | 2 | 231 |
5072 | 잡담 | 갑자기 또 추워지네 2 | 배고픈강아지 | 2024.10.21 | 1 | 231 |
5071 | 잡담 | [후방]왓카하다 BIG DADDY 란 곡을 봤는데... 3 | 사막눈여우 | 2024.10.20 | 3 | 483 |
5070 | 잡담 | 예전부터 느끼는 거 4 | IIIiiiIIiIIIi | 2024.10.20 | 2 | 239 |
5069 | 잡담 | 지금 저쪽 동네에선 "하나의 중국 존중" 표현을 썼다고 난리네 3 | 트라린 | 2024.10.20 | 1 | 287 |
5068 | 잡담 | "먹고나서 바로 누우면 안돼요" 3 | 고래껄룩이 | 2024.10.19 | 2 | 273 |
5067 | 잡담 | 뉴욕 타임즈의 미국 대선의 승부처에 대해 다룬 인터랙티브한 기사 1 | 뉴리대장 | 2024.10.19 | 2 | 262 |
5066 | 잡담 | 짤번역 짜증나는거 4 | 정달호 | 2024.10.18 | 1 | 246 |
5065 | 잡담 | 스텔라이브) 유니짜장 1 | 정달호 | 2024.10.18 | 1 | 237 |
5064 | 잡담 | 마이크와 앰프가 발명되기 전까진 이런 식으로 녹음을 했다 5 | 트라린 | 2024.10.18 | 2 | 267 |
5063 | 잡담 | 의외의 가성비 반찬 4 | 사막눈여우 | 2024.10.18 | 1 | 266 |
5062 | 잡담 | 개인 사담 - 진짜 순수한 개인사담. 개인적인 환기를 위해서 쓰는 사담. | 사막눈여우 | 2024.10.17 | 1 | 285 |
5061 | 잡담 | 라면 질린다.. 4 | 배고픈강아지 | 2024.10.16 | 3 | 346 |
5060 | 잡담 | 뱅드림) 후회하지 않으려면 | 정달호 | 2024.10.14 | 2 | 268 |
5059 | 잡담 | 후방)작가가 변태임 3 | 정달호 | 2024.10.14 | 3 | 369 |
5058 | 잡담 | 내가 이상한 글 잘 없고 유머위주라서 렉카해오는 사이트중 하나가 요새..... 4 | 사막눈여우 | 2024.10.14 | 2 | 221 |
5057 | 잡담 | [부고] 원로배우 권성덕 씨 3 | 트라린 | 2024.10.14 | 2 | 230 |
5056 | 잡담 | 집 장식장 확장및 업데이트 2 | 정달호 | 2024.10.13 | 2 | 323 |
5055 | 잡담 | 처음으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나 혼자서 만들어 먹은 간장계란밥 4 | 트라린 | 2024.10.13 | 4 | 3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