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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이는 1570년대에 건주 여진 수장중 한 명이었던 히타라 씨족의 아구, 속칭 두두 아구1의 장남이었다. 

 

두두 아구는 명나라로부터 직첩을 받고 건주 우위도지휘로서 인정을 받은 여진족 수장인 동시에 명나라와 반목과 화해를 반복하던 인물이었다. 1572년 명나라와 협정을 맺고 불침을 확약했던 아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574년 요동에서의 명나라의 불공정한 처사등의 문제로 인해 명의 수비 배승조와 다투었다. 그 다툼은 배승조의 선공으로 말미암아 교전으로 번졌는데 아구는 그 교전서 결국 배승조를 살해했다. 그 사태에 뒤이어 명나라가 공시를 폐쇄하고 자신에 대한 토벌을 준비하자 명나라를 상대로 반기를 들었다.(1574~1575)

 

그러나 아구는 당시 요동총병 이성량에게 몇 차례에 걸쳐 토벌되어 기가 꺾였고, 결국 세력을 잃은 채 해서여진 세력 '하다'의 군주 완 한에게로 도망쳤다. 하지만 완 한은 명나라에 우호적인 여진 군주였기 때문에, 아구를 숨겨줄 이유도 도와줄 연유도 없었다. 결국 아구는 오히려 완 한에게 사로잡혀 명나라에 넘겨졌다. 명나라에 넘겨진 아구는 1575년 처형당했다.

 

아타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포박하여 명나라에 넘긴 완 한과, 부친을 죽인 명나라에 원한을 가지게 되었지만 당장은 힘이 없었기에 그 분노를 참아 넘기며 오히려 하다의 왕자 후르한2에게 몸을 의탁하며 실력을 길렀다. 그러다가 완 한 치세 말년에 이르러 하다의 세력이 위축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 한 마저 죽자 드디어 또 다른 해서여진 세력인 여허와 연대하여 하다를 공격했으며 그 뒤에는 명나라를 상대로도 공격을 시작했다. 1582년의 일이었다. 

 

반기를 든 아타이를 회유하기 위해 계요총독 오태가 수비 곽구고를 보내어 협상을 제안했으나 아타이는 '복수'가 목표였기 때문에 오태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 계속해서 침략을 시도했다. 그런 아타이에게 검을 겨눈 것은 '아구의 난' 이후로 여전히 '요동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던 요동총병 이성량이었다. 1582년, 이성량은 조자곡 일대에서 아타이의 군대와 치열한 혈전을 벌였고 1천 5백에 달하는 피해를 아타이에게 입혔다. 해당 전투에서 패배한 아타이는 잔존 병력을 데리고 퇴각했다.3

 

조자곡에서 대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타이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아타이는  명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계속했다. 조자곡에서 패배한 이듬해인 1583년 아타이는 자신의 동생 아하이와 함께 다시 군대를 일으켜 혼하 일대의 명나라 영토를 대거 약탈했다. 이 때 정원보, 유림보, 장원보4 방향이 모두 아타이의 군대에 노출되어 피해를 보았다.

 

아타이가 포기치 않고 또 다시 요동을 침범하자 이성량은 다시 한 번 아타이 토벌을 위한 군대를 일으킨다. 그는 이번에는 아타이와 아하이를 격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그들의 세력을 뿌리 뽑은 뒤 건주에 새로운 친명세력을 키우려 했다. 그들을 격퇴한다고 해도, 완전히 제거치 않으면 또 다시 힘을 키워서 명나라의 변방을 약탈할 수 있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궁지에 몰린 아타이가 차하르등의 몽골계 세력과 연대하면 자칫 요동 국경선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1583년에는 아타이가 차하르와 함께 하려한 정황이 포착된다.5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타이는 (명나라에 의한) 요동의 평화를 위해서 결국 완전히 제거되야만했다. 그것은 명나라가 1574년 아타이의 부친 아구를 대대적으로 토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건주의 추장인 니칸 와일란, 기오창가와 그 아들 탘시를 향도로 앞세운6 이성량은 대군을 동원하여 아타이의 구러성과 아하이의 샤지성을 동시에 포위하고 공성을 개시한다. 이 전투에서 아하이의 샤지성이 먼저 함락되고, 이후 아타이의 구러성이 함락되었다.7아하이와 아타이는 모두 전사했고 그것으로 난은 종결되었다. 명사(明史)에 이르기를 아타이의 난을 끝으로 아구의 부족이 멸망했다고 쓰여있는데 이를 보건대 아타이의 난을 마지막으로 히타라 씨족 대부분이 전멸하고 살아남은 이들도 얼마 안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특기할것은, 아타이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친명파 여진 부족장 기오창가와 탘시가 명군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이 살해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니칸 와일란이 기오창가와 탘시가 명군에게 살해당하도록 계책을 꾸몄다는 설, 이성량이 그들을 일부러 죽였다는 설, 단순 오인살해라는 설등이 주요 가설이다.

 

어쨌든, 그들의 죽음은 1차적으로 명군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틀림 없었기 때문에 이성량은 기오창가의 손자이자 탘시의 장남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고 약간의 배상을 해준다. 칙서 30통, 말 30필이 바로 그 것이었다.

 

누르하치 칙서.PNG

 

 

 

 

 

장남은 그 배상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명조에 충성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겉으로만 충성을 다짐하고 속으로는 복수를 생각했는지는, 당시로서는 맹세를 한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문제였으나 어찌되었든 일은 그것으로 봉합되는 듯 했다.

 

누르하치 칙서2.PNG

 

 

 

그러나 탘시의 장남은 단 한가지, 니칸 와일란만은 자신이 죽이게 해달라고 했다. 아마도 명군에 의해 자신의 부친과 조부가 죽은 것이 니칸 와일란의 계책탓이라고 생각한 듯 한데, 이후 니칸 와일란의 행보를 보면 실제로 신빙성이 있어서 문제였다. 이성량은 그 요구를 거부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니칸 와일란을 따로 보호해주거나 하진 않았다. 

 

어쨌든, 명조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장남은 자신이 자구적으로 복수를 하고 자신의 세력을 일구고자 했다.

 

 

당시의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은 아버지가 물려준 13벌의 갑주, 자신을 따르는 30여명의 친족과 구추(종사)들. 몇 안되는 동맹자. 안팎의 수많은 적.

 

 

 

 

 

누르하치 숙임.PNG

 

누르하치 복수.PNG

 

 

 

그리고 '누르하치'라는 하잘 것 없는 이름 뿐이었다.

 

 

위 삽화 4장 출처 : 네이버 웹툰 칼부림

 

- - -

 

각주 

 

 

1.아구 도독이라는 뜻

2.누르하치의 양자이자 후일의 후금 오대공신 후르한과는 동명이인

3.명사에는 병력과 말을 도합하여 1천 5백의 '피해'를 입혔다고 기록되어 있고-이중 말 500필은 노획한 것이다-, 청사고에는 이성량에게 확실히 죽은 병력이 1563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만 청사고의 경우 연대표기가 실제와는 약 7년가량 차이가 있다. 청사고 특유의 연대오류는 여러 열전과 지(志)에서 등장하는데, 이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4.셋 모두 명나라의 요동 보루이다.

5.청사고 권 222 왕고 열전

6.만주실록을 포함한 후금~청 계통 사서에서는 탘시와 기오창가가 단순히 아타이에게 시집을 갔던 손녀-조카를 구하러 가기 위해 구러성에 갔던 것으로 나온다. (단, 여진-청사학자 이훈은 본인의 글에서 기오창가의 손녀가 아타이가 아니라 아하이에게 시집을 갔다고 서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이들이 명나라에 충성을 했던 것을 가리기 위한 미화작업으로 추정된다.

7.명사에서는 순서가 반대인데, 전자의 경우가 더 신빙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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