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다운로드 이전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불법복제 음반을 일컫는 말. 빽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말은 불법복제한 레코드판만 말한다.(CD의 경우엔 빽시디라고 했다)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나도는데, 음성적으로 뒤(Back)에서 몰래 팔아서 '빽판'이라는 설과, 맨 처음 나온 빽판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하얀 라벨지가 붙어 있어서 '백반"(白盤)이라고 하던 게 거센소리화하여 '빽판'이 된 거라는 설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 씨가 쓴 '빽판의 전성시대'라는 책에선 후자의 설을 밀어준다.
당시에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엔 정부에서 특정한 노래의 유통을 막는 '금지곡'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 '금지곡'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 빽판이었다.
특히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는 일본 노래는 무조건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당시 한국인이 일본 노래를 들으려면 직접 일본까지 가서 레코드를 사 오거나, 세운상가 같은 데 가서 몰래 빽판을 돈 주고 사서 듣는 방법밖에 없었다.
만드는 방법을 알려면 우선 레코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레코드는 요철이 반대로 된 금속 재질의 마스터반을 만들고, 이를 PVC 덩어리에 고온고압으로 눌러찍어서 만든다. 빽판은 이렇게 만든 레코드에 거꾸로 플라스틱을 녹인 다음 부어서 마스터반을 만들어 그걸로 레코드를 찍었다. 당연히 음질은 정발판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또 당연히 원본(주로 밀수입한 외국제 레코드)이 있어야 만들 수 있었다.
1996년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로 대표되는 검열 완화와, 해외 수입음반의 판매 허용 범위 확대, 무엇보다도 인터넷이 대중화되어 해외직구를 하거나 해외 음원 사이트에서 돈을 주고 들을 수 있게 되자 빽판은 자취를 감추었다.
옛날엔 진짜 온갖 것들 불법복제판이 넘쳐났지 용산 가면 지금도 옛날 물건이 꽤 남아있는 거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