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 건국사) 1 편 : 1583년 5월 누르하치 거병, 첫 승리.
전편 : https://www.newri.net/free/60534
(삽화 출처 : 만주실록)
사실 이번 편은 지난 편을 확장한 정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난 편에 누르하치의 당시 휘하 병력수를 설명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간결하게나마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동시에 투룬 함락 이후 누르하치가 처하게 된 상황을 약간 다룰 것이다.
1583년 2월, 여진족 수령 아타이가 일으킨 반란을 명나라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부친과 조부를 억울하게 잃은 누르하치는 자신의 두 원수(니칸 와일란, 명나라)중에서 일단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원수'에 집중하기로 했다.
누르하치는 명나라에 고개를 숙이는 한 편으로 본인의 원수 '니칸 와일란'에 대한 복수를 명나라에 청원했다. 그러나 그것이 명나라에 의해 거절당하자 결국 본인 스스로 니칸 와일란을 제거하기 위해 군대를 준비했다.
그러나 당시 누르하치는 본인의 일족으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었다. 누르하치가 일족들의 반발을 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주요한 이유는 탘시와 기오창가, 즉슨 누르하치의 부친과 조부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누르하치가 니칸 와일란에게 도전하려 한 탓이었다. 두 사람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안그래도 일족의 입지가 불안해졌는데 이 상황에서 거병을 했다가는 자칫 일족이 몰락해버릴 수도 있었다.1
일족내의 반발 탓에, 당시 누르하치가 준비할 수 있던 군대는 본인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 30여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본인의 형제들이며 우호적인 일족들, 구추들을 모조리 포함시킨 숫자였다. 그 중에서도 제대로 갑옷을 입을 수 있는 병정은 본인을 포함하여 13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2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르하치의 친구, 기야무후의 가하샨 하스후와 잔 비라의 창슈와 양슈, 사르후의 노미나와 나이카다가 누르하치에게 찾아와 니칸 와일란의 횡포를 토로하며 누르하치와 함께 니칸 와일란을 토벌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누르하치는 그들과 함께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함께 큰 일을 도모할 것을 결의했다.
겅기연 한의 이전 좋은 기록, 즉슨 현행전례와 그를 비롯한 여러 후금-청계 사료들에는 이 때에 가하샨 하스후를 비롯한 이들이 누르하치에게 '귀부' 즉슨 복종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실상을 파악해보면 이 시기까지는 동맹 관계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건간에 누르하치는 이것으로 니칸 와일란을 공격할 만한 '최소한의' 군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르하치가 니칸 와일란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기도 전에 누르하치의 일족내 반 누르하치 파벌 인물 '롱돈'이 누르하치와 상대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하던 사르후의 노미나와 나이카다 형제를 설득하여 연합에서 빠지게 했다. 결국 누르하치는 제대로 된 원정을 진행하기도 전에 병력 손실을 입어야만 했다.
하지만 누르하치는 자신의 동맹자가 이탈했다고 하여 원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예정대로 1583년 음력 5월 군대를 일으켰고 니칸 와일란이 기거하고 있던 투룬으로 진격했다.
(삽화 출처 : 네이버 웹툰 칼부림)
싸움은 시작되기도 전에 결판이 났다. 니칸 와일란은 누르하치가 군대를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투룬에서 자신의 일가족들과 구추들을 데리고 도주했다. 투룬에 남은 몇 안되는 니칸 와일란의 군병들3은 누르하치의 군대를 상대로 버티던 와중에 어이두, 안피양구를 위시로 한 누르하치 휘하의 용사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오자 그대로 무너졌다. 이 때에 가장 먼저 성을 올라간 이가 바로 어이두였다고 한다.4
그것은 누르하치 자신이 최고 지휘관으로서 치룬 최초의 전투인 동시에 최초의 승리였다. 이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서 누르하치는 본인의 이름을 확실하게 주변의 세력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반면 니칸 와일란은 음력 2월 아타이의 난 진압에서 활약함으로서 얻은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해야만 했다.
니칸 와일란이 왜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군병만 성에 놔두고 도망을 쳤는지는 알 수 없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니칸 와일란에게는 승산이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누르하치와 싸우는 것을 포기했고 그로 말미암아 본인이 고생해서 얻은 영향력을 상실하였으며 세력 역시도 잃어야만 했다.
어쩌면 정보 수집의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획득했고 그로 말미암아 누르하치의 군대의 규모를 오판했을 수도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그 잘못된 정보의 출처 자체가 명나라측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이성량측일 수도 있다. 비록 이성량이 니칸 와일란에 대한 복수 청원을 직접적으로 들어줄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누르하치를 돕기 위해 니칸 와일란에게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량이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니칸 와일란에게 주었다는 가정은 추측과 상상의 영역에 불과하다. 추측과 상상을 근거 없이 정설처럼 밀어붙일 수는 없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해당 전투에서 니칸 와일란은 누르하치의 공격 소식을 듣고 상대의 전력도 파악치 않은 채 지레 겁을 먹고 도주했으며 누르하치는 그로 인해 사실상 전력이 급감한 투룬성을 본인의 군대로 쉽게 함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투룬 전투의 승리는 누르하치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힘겨운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기도 했다. 누르하치는 이 싸움의 승리로 명성을 얻었으나 동시에 내외부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의 이목 역시 끌어버렸다. 단 한 번의 실수와 패배조차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놓인 누르하치는, 자신을 향해 칼을 뽑기 시작한 내외부의 적들을 상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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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각주
1. 그외 다른 이유들로는 누르하치가 본인의 계모이자 하다의 왕녀였던 컨저를 제거한 것, 일족내에서 그리 큰 입지가 없었던 누르하치가 복수를 명분으로 '지도자' 행세를 하려 한 것등을 들 수 있다.
2.만주실록, 조선왕조실록등에서 인용. 지난편의 각주 참조
3.이시바시 다카오의 경우 현행전례의 해당 구절 서술을 '투룬 성에 100명의 군대가 남아 있었다.'고 해석하여 누르하치가 확실히 병력적으로 열세였다고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이 부분은 누르하치의 군대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전 편 참조.
4.청사고 권225 어이두 열전, 그외 이번편 전체적인 참고사료는 현행전례와 만주실록 게미년 음력 5월 사료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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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런각 잡는 경우도 있긴 하네.
얘네들 이미지 보면 그래 맞다이 까보자! 하고 붙고 복속되는 논리로 돌아갈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