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선생한테 이것저것 잔소리 늘어놓으면서도
이상하게 샬레 가는 날이면 콧노래가 나와서
집무실 들어가기 전에 흠칫 하고 멈추는 거 보고 싶다.
"아직 이것도 다 못 끝내셨나요?
이대로 가다간 제 퇴근 시간이 늦어져버리는데요."
하면서도 선생이 제 시간에 마칠 수 있게 도와주고
"할 일이 아직도 태산인데 쉴 시간이 어디 있나요.
얼른 기계처럼 일하세요."
하면서도 중간중간 간식이랑 커피 챙겨주고
고마운 마음에 선생이 챙겨주면 의심해서
"이런 걸 아무 이유 없이 줄 리가 없는데. 뭔가 바라시는 거라도?"
선생이 안 챙겨주면 또 심통나서
"저만 따돌리고 다른 애들만 챙기다니... 신종괴롭힘인가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선생도 모르겠어서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겠다 싶어 어쩔 수 없이 좀 데면데면해지는데
그러자 정작 아코는
"뭐냐고요, 최근 선생님의 그 반응은!
야근하실까봐 걱정돼서 잔소리 했을 뿐인데 지겨운 표정이나 짓고!
피곤하실까봐 챙겨드렸는데도 감사하실 줄도 모르고!
맨날 농땡이나 피우다가 뜬금 없이 선물을 주면서 넘어가려 하질 않나,
그래도 감사한다 인사드렸더니 안 믿긴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질 않나!
제가 행정관으로서 뒤에서 선생님을 돕느라 얼마나 고생 중인데
최근엔 귀찮다는 듯 아예 멀리하려는 낌새나 보이고!
누구는 무시 할 줄 몰라서 신경 쓰는 줄 아나요?
일 할 때도, 밥 먹을 때도, 일거수 일투족이 눈에 밟히니까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잖아요!
이건 다 선생님 때문이에요! 선생님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요!
그러니까...! 저한테 좀 더... 신경 좀 써달란 말이에요..."
하고 틱틱대면서 자기도 모르게 첫 사랑이 시작하는 거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