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 아무튼 수상한 짓은 안 했다고요!
아코가 아무튼 선생 좋아하는 이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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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샬레 집무실 보안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어요!”
“어?”
“‘어?’가 아니에요! 선생님은 본인 위치를 자각은 하고 계신 건가요?”
“늘 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으로는 안 돼요! 선생님의 실제 행동은 너무나도 무방비하다고요!”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갑자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늦었으면 늦었죠.
선생님의 평소 행동거지를 생각했을 때 이미 중요한 극비 정보들이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요.”
“에이, 그렇게까지 무방비하지는...”
“컴퓨터 패스워드를 책상에 써놓으시는 분이 잘도 말하시네요.”
“윽, 그건 치히로한테도 들은 기억이...”
“잘 들으세요, 선생님. 샬레에는 키보토스에 있는 수많은 학교들의 정보가 모이고 있어요. 그 안에는 게헨나 선도부와의 업무 정보도 포함되어 있죠.
즉, 샬레의 보안이 뚫린다는 것은 선도부의 다른 학교에게 선도부의 극비 정보들이 넘어간다는 뜻. 이는 선도부 선임행정관으로서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다른 학생들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아.”
“보안은 아주 중대한 문제예요! 저번에만 해도 아비도스 자치구 근처에서 병력을 운용했던 일이 만마전 놈들 귀에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갑작스러운 회계감사를...”
“그건 아코가 잘못한 거 아니야?”
“읏...! 그게 아니더라도 샬레의 보안강화는 필수적인 일이에요! 제가 도와준다고 할 때 감사히 받으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래, 뭐... 아코가 그렇게나 중요하다면야 그렇게 하자.”
*
“우선은 복도부터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죠.”
“집무실 보안을 강화하는 거 아니었어?”
“애초에 침입이 불가하다면 정보가 새어나갈 일이 없겠죠. 샬레 컴퓨터들은 의외로 보안이 강해서 외부에서의 해킹은 어렵기도 하고요.”
“확실히... 근데 컴퓨터 해킹이 어렵다는 건 어떻게 아는 거야?”
“...... 물론 샬레는 침입자에 대비한 보안 시스템 또한 강력하지만, 허점이 아주 없지는 않아요.”
“얼버무렸어!?”
“사소한 점은 넘어가세요! 지금 중요한 건 이런 샬레의 보안마저도 뚫고 들어오는 침입자가 있다는 거예요!
자, 여기!”
“CCTV 화면이네.”
“낮 동안은 아무 일 없었어요. 중요한 건 한밤 중. 네, 여기네요!
‘하얀 교복’에 ‘분홍색 머리’를 한 침입자가 들어오는 게 분명히 찍혔어요!”
“어, 어......”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노리는 신출귀몰한 움직임... 거의 스치는 모습 밖에 찍히지 않았어요. 선도부 정보부서의 정예 첩보원들 그 이상이에요.”
“자, 잘못 찍힌 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넘겨서는 안 돼요! 아무리 작은 단서라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겨우 이걸로 뭘 알아내겠어.”
“불가능은 아니죠. 예를 들어 여기 머리 위의 하얀 물체, 너스캡처럼 보이지 않나요? 거기에 하얀 교복과 반대되는 음습한 움직임...
마치 트리니티의 구호기사단 같은...”
“논리적 비약이야! 그런 이유로 남을 함부로 의심하면 안 돼!!”
“예를 들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거죠...? 아무리 저라도 이 정도 갖고 트리니티를 의심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보안을 강화할 필요성은 있겠네요.”
“어떻게 할 건데?”
“CCTV의 수를 늘리면 돼요. 카메라의 사각을 파고든다면, 물리적으로 사각이 없도록 만드는 거죠.
마침 제가 구해놓은 카메라가 100대 정도 있답니다. 당장 이걸 설치하도록 하죠.”
“...... 그거 혹시 전에 아코가 충동적으로 산 물건들?”
“그, 그걸 어떻게!?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상부상조 모르세요?
저는 악성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선생님은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데!”
“안 살 거야.”
“쳇.”
“복도 보안은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번엔 우편물 점검을 하도록 하죠.”
“대부분은 학생들이 보내준 선물들이야. 수상한 물건은 없어.”
“아뇨. 선물로 위장해서 폭발물을 보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요. 애초에 선물이라 해도 제대로 된 선물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렇게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잖아.”
“없기는요! 전에 붉은겨울 학생이 보낸 술 때문에 무슨 일이......!”
“술? 혹시 시구레?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 키보토스에 워낙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많다 보니, 선물도 어떤 물건이 올지 모른다는 거죠.”
“흠. 그건 그렇지만 학생들이 주는 의심하는 건 좀... 일일이 뜯어서 확인할 수도 없고.”
“후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준비하신 게 있죠. 바로 이거!”
“금속탐지기?”
“일일이 뜯어보는 게 싫다면, 최소한 뜯기 전에 확인한다. 이 정도라면 괜찮으시겠죠?”
“뭐, 그 정도라면야... 하지만 뭐가 나올 만한 게 있을까.”
“그런 방심이 문제라는 거예요. 혹시라도 폭탄이 들어 있다면 키보토스 외부인이신 선생님은 큰일이... 잠깐 벌써 울리는데요!? 이렇게나 빨리!?”
“에이, 금속제품인 거겠지... 어라? 봉제인형이잖아?”
“잠시만 실례할게요... 아, 여기 솜 안에 뭔가 딱딱한 게 잡히는데... 도청장치네요.”
“......코타마한테 하지 말라고 주의 줘야겠네.”
“선생님. 여기 이 볼펜에도 탐지기가 울리는데, 아무래도 도촬용 카메라가 장비된 거 같은데요.”
“...... 노도카의 정학 기간이 또 늘어나겠네.”
“하아...... 탐지기가 안 울리는 선물이 더 적을 정도네요. 이 정도면 생각을 좀 고치셔야하지 않겠어요?”
“문제가 있는 선물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문제가 될 만 한 건 전부 치웠으니 됐고.”
“느긋하셔서 참 좋으시겠네요... 그럼 이 카메라와 도청 장치들만 처분하고 끝낼까요.”
“그 전에 잠깐만 쉬도록 하자. 커피 마실래?”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여기까지는 계획대로군요.
샬레 집무실 보안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게헨나 선도부에 관련된 자료들의 유출을 막는다...
이것 또한 목적은 맞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
이번 일의 진짜 목적은 바로 선생님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겁니다!
실종된 총학생회장이 만든 연방수사 동아리 샬레... 키보토스 전역에서 전투 활동을 벌일 수 있는 등
여러 초법적인 권한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뛰어넘는 지휘능력까지... 하나하나가 수상쩍은 요소들뿐인 조직.
샬레의 활동은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변수이며, 선도부에게 있어 큰 도움도, 혹은 큰 방해도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은 게헨나 학원 선도부 선임행정관, 저 아마우 아코가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만 하는 정보들이란 뜻이죠.
하지만 최근 업무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선생님에 대한 파악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당번 학생으로 일할 때 빼고는 일주일에 선생님을 만나는 횟수 자체가 적어졌다니까요!?
업무 외에도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담소를 나누는 횟수가 턱없이 줄어들고 말았어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생기는 공백들이 쌓이고 쌓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손실이 나타나고 맙니다! 그것은 선도부에 있어 크나큰 손해!
무엇보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선생님이 저를 좋아하실 확률은 90% 이상.
이대로 선생님의 마음을 완벽히 관리 하에 넣는다면 샬레를 뜻대로 움직이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얘기죠.
이를 위해서라도 저는 선임행정관으로서 선생님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보안 강화를 핑계로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계획을 진행한 겁니다.
평소 선생님 주위에서 첩보 활동을 펼치는 학생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 이들이 뿌려놓은 장치들을 활용하려고 했습니다만...
예상 이상으로 장치가 많이 나와서 좀 당황스럽네요... 뭐, 이런 식으로 꼬리치는 적대세력들을 차단했으니 다행이려나요.
자, 중요한 건 이제부터. 여기 기록된 정보들은 어디서도 손에 넣기 힘든, 선생님에 관한 극비 자료들!
제가 그렇게나 보안에 대해 설교를 드렸으니 이 자료들은 금방 처분되고 말겠죠.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선생님이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장치들 속에 있는 메모리를 삭제하는 척 백업한다!
예상보다 장치가 많아서 시간이 촉박하겠지만, 며칠 전부터 타임어택으로 연습을 했으니 제게는 간단하죠!
선생님이 남몰래 숨기고 싶었을 정보들,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 전부 다 제 손 안으로 가져가겠습니다!!
“아코, 커피는 단 걸로 마실래 쓴 걸로 마실래?”
“푸에흥!?”
“...... 뭐하는 거야?”
“아, 아뇨, 절대 이상한 짓을 하는 건 아닌데... 그보다 커피! 제가 전부터 에스프레소로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아코.”
“왜, 왜 그런 표정으로 보시는 거죠...? 아무튼 수상한 짓은 아니라니까요? 저기, 선생님...? 선생님!?”
*
그 날 일에 대해서 히나에게 전해주었다.
아코는 반성문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신뢰와 안정의 반성문 엔딩.
- 블루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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