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방) 블루아카) 문제아를 위한 맞춤 교육
[위-잉]
[삑-!]
에어컨 가동음이 울리자 마자 리모컨을 조종한다. 무풍 모드로 전환된 것을 확인하고 다시금 헤드셋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지간히 청각이 예민하지 않고서는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지만, 이 방의 주인에겐 이것마저도 소음의 영역이었다. 오토세 코타마. 키보토스 3대 학원인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 재학 중인 여자아이. 둥근 뿔테 안경과 기다란 백금발이 인상적인 그녀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언듯보면 자는 건가 싶을 수 있지만, 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방에서는 반딧불이 같은 희미한 빛도 잘 보이는 법. 헤일로가 발하는 희미한 빛은 그녀가 깨어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후우….”
아주 작게 코타마는 숨을 내쉬었다. 숨소리마저 죽이는 이유라 함은 도청에 집중하기 위해서… 라는 말도 맞지만, 지금은 이 순간 만큼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녀는 자연스레 밑으로 향하는 손을 의식하곤 위로 들어올렸다.
‘앞으로 한 시간이잖아. 그때까지만 참자.’
좌측 가슴에 달아놓은 베리타스 배지를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다잡는 코타마. 완전히 서버린 유두가 셔츠에 쓸리는 감각을 느끼며 그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한 달 전. 우연히 특정 시간대의 샬레에선 선생님과 학생의 밀회가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된 그녀. 처음에는 비밀을 알게 됐다는 것 자체로 흥분 했지만, 그녀 역시 한창때의 소녀였기에 금새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순 없어졌다. 이제와서는 그날, 그 시간을 상상만 해도 아래가 간질거리는 수준이 됐다. 자신이 파블로프의 개나 다름 없다며 자조해보지만, 그러면서도 손은 착실히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아, 들린다!’
이미 한창 즐기는 중인 음성을 들으며 코타마는 눈을 감고 손가락을 배꼽 아래로 향했다.
[유우카, 이러다 저녁 회의 늦는 거 아니야?]
[이미 달아오르게 해놓고 이제와서 그런 말하시면 싫어요.]
‘선생님, 오늘은 세미나의 회계랑 하고 있어. 어제는 정의실현부 학생이랑 했는데.’
헤드셋 너머로 또렷하게 들려오는 철썩 철썩 살 부딪히는 소리. 그들이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증명하는 교성. 이러한 요소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위로하는데 부족함 없는 반찬이었다.
[하아… 선생님, 저, 갈 것 같아요. 같이…!]
[유우카, 나도 금방이니까 조금만 참으렴.]
그렇게 몇 분이나 이어지던 행위도 끝이 다가왔고 그것은 코타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저도, 저도, 같이…!”
마치 자신도 그와 함께하는 것처럼 자신뿐인 공간에서 그녀는 선생님을 불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녀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뱃속이 따뜻해…. 선생님, 또 찢어버리신 건가요?]
[사이즈를 말해줘도 매번 작은 걸 가져오는 유우카의 기억력이 나쁜 건 아닐까?]
[저, 저도 사람인데 실수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죠!]
[흐음~ 이번까지 일곱 번짼데 말이지.]
코타마는 자신의 하복부를 어루만졌다. 자신도 따뜻함을 받을 수 있다면 절정 끝에 찾아오는 이 허전함을 채울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겐 선생님에게 찾아갈 의욕은 물론이고, 품고 있는 감정을 솔직히 말할 용기는 더욱 없었기 때문이다. 쾌락은 일시적이지만 그것은 허무함도 마찬가지니까 흘려넘기면 될 일이라 여겼다.
”… 정리나 하자. 티슈가 어디 있더라?”
자신이 체액이 의자와 책상, 모니터에까지 흩뿌려져 있는 것을 확인한 코타마. 그녀가 책상과 서랍을 뒤지는 사이 선생은 유우카를 보내고 혼자가 됐다. 이 뒤로는 누군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서류를 결재하는 소리만이 들려올 것이다. 그 소리를 ASMR 삼아 잠드는 것이 그녀의 일상. 오늘도 평소와 다름 없이 침대에 벌러덩 누워 눈을 감았다. 만연필이 종이 위를 산책하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천천히, 조금씩 잠에 빠져들려는 참이었다.
[이불 안 덮고 자면 감기 걸려 코타마.]
코타마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체험하게 된 그녀. 뇌가 재가동 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코타마? 너무 놀라서 기절한 건 아니지?]
반쯤 장난기가 섞인 물음이었지만 코타마는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번에 걸렸을 때 들었던 경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콧노래 소리에 그녀는 분위기가 심각하지 않다는 걸 파악했다.
“아뇨,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언제나 저를 말리던 선생님이 드디어 도청의 매력에 빠진 것 같아 기쁘네요.”
‘다음부턴 말로만 넘어가지 않겠다 하셨는데…. 말하시는 거 보면 딱히 화나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
만에 하나 정말 잊어버린 거라면 굳이 먼저 꺼낼 필요는 없다 판단한 코타마. 그녀는 화제를 돌리고자 먼저 입을 열었다.
“다 알고 계시리란 생각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24시간 도청하고 있었을텐데 어떻게 저 몰래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 하신거죠?”
[나는 매일 같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는 게 일이니까.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알고 있단다. 코타마는 똑똑하니까 이정도만 말해도 알겠지?]
“밀레니엄의 보안을 뚫고 들어올만한 실력이라니… 분명 어느 학교에서든 한자리 꿰차고 있는 실력자겠네요.”
[글쎄~ 이 넓은 키보토스엔 어딘가에 소속되길 거부하는 은둔 고수도 많거든.]
이렇게! 이렇게만 하자. 갑작스럽지 않게 유리 공예품을 옮기듯이! 코타마는 전에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계산했다. 단순히 선생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언제나 인자하던 사람이 진심으로 화를 내면 어떻게 될 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렇기의 필사적으로 두뇌를 쓰면서 입을 움직였다. 자신이 이렇게나 말을 잘했나 싶을 정도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어느새 주제는 모모 프렌즈 신상 굿즈로 까지 흘러갔다.
‘아직까진 좋아! 이제 10분 정도만 더 있으면 9시니까 전날 밤을 새서 졸리다는 핑계로 연락을 끊으면 완벽해.’
선생을 속이는 셈이라 찜찜했지만, 잘못에 대한 사과보단 회피가 하고 싶은 소녀였다. 코타마는 분명 똑똑한 소녀였지만 아직은 미숙했다. 때문에 사전에 노출 된 정보를 놓쳤다. 때문에 가장 간단한 해결법을 고르지 못했다. 30분 가까이 떠들면서도 가장 필요한 말은 결국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제 슬슬 졸린 티를 내고 빠져볼까?’
이때다 하고 지르려는 찰나, 한 발 먼저 입을 연 것은 선생이었다.
[내일도 수업이 있는데 슬슬 이만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마저 이야기 할까?]
“아, 그럴까요?”
이게 웬걸, 길가다 최신 도청 장비를 주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코타마는 쾌재를 불렀다. 그렇기에 더욱 의표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아차, 내 정신이야. 얘기를 너무 재밌게해서 깜빡 할 뻔했네. 코타마. 벌은 어떻게 받고 싶니?]
“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치?]
코타마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돌아오는 것은 피하고 싶었던 결과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선생은 마저 말을 이었다.
[선생님은 믿고 싶었단다. 코타마는 똑똑한 아이니까. 타이르면 알 거라고 말이지.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는구나. 아마 내 교육 방식이 잘못된 거겠지.]
자신을 탓하는 그에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목젖까지 올라온 말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 슬픈 건 잘못 그 자체보단 코타마의 입에서 잘못했습니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움찔했다. 잘못에서 도망치고 싶어 등한시한 것이, 무마시켰다고 여겼던 게 족쇄가 되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꼴이니까. 30분. 살면서 이렇게 많이 말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했지만, 정작 해야할 말은 하지 않았다. 코타마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 코타마에겐 맞춤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선생님은 판단했단다.]
헤드셋 너머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선, 생님. 나 이제….]
[선생님도 금방이니까. 조금만 더 참으렴 히비키.]
‘히비키면 그 엔지니어부의?’
역시 얼굴도 모르는 타학교 학생보단 같은 학교 사람일 때 더 흥분된다. 등교를 하다가, 복도를 걷다가, 급식을 먹다가 마주쳤던 친구나 학우. 그런 평범한 일상이 비일상으로 바뀌었다는 증거가 신음이란 형태로 들려온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육욕에 찌든 얼굴을 상상하고 있자니 가랑이에는 홍수가 났다. 해소하지 못해 안달이 난 몸을 이리저리 배배 꼬아 보지만, 뇌세포 하나 하나까지 음란하게 변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생님은 이렇게 될 걸 알고 나한테 그런 벌을 내린 걸까.’
코타마는 도청기가 내장된 베리타스 배지를 꼬옥 쥔 채 선생이 내건 조건을 떠올렸다. 한 달간 도청기를 몸에서 떼어놓지 말 것, 그리고 자위 금지였다. 이 간단하기 그지 없는 조건을 들었을 때 코타마는 전혀 벌이라 여기지 않았다. 되려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 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는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낮에도, 밤에도, 잘 때도, 깨어있을 때도 나의 모든 일상이 청취 당한다는 것. 그것은 사생활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자신이 화장실을 가든, 목욕을 하든 남이 듣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도청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자신이 도청 당하게 된 코타마. 그녀는 소변 누는 소리나 잠꼬대를 남이 듣게 된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게 됐다. 처음 1,2 주는 정말 죽을만큼 부끄러웠지만,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보름이 넘어가니 담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부턴 그런 게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자기 일은 스스로 조절이라도 할 수 있지, 남의 일상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루가 멀다고 학생과 몸을 섞는 선생. 매일 다른 여자애와 만나는 그의 일상은 코타마에게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혼자 해소라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자위를 금지 당한 이 상황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매일 같이 속옷을 적시는 바람에 하루는 속옷 없이 등교한 적도 있었다.
“흐읏… 으윽….”
신음이 새어나갈까 입술을 깨물었는데도 완전히 틀어막진 못했다. 매일 같이 하던 행위를 무려 한 달이나 못하니 몸이 극도로 민감해진 것이다. 유두나 클리토리스로 가서 바쁘게 움직여야할 손가락은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아래로는 애액이, 위로는 눈물이 나와 의자와 뺨을 적셨다.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코타마는 오로지 한 가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찼다. 어째서 아직도 저만큼이나 남은 건데? 아직도 30분 이상 남은 시간에 야속함을 느꼈다. 이제 약속이고 뭐고 그냥 깨버릴까 하던 그녀의 귀에 들려온 한마디.
[참지마.]
귀를 의심했다. 그토록 바라던 말이었지만, 정말 자신을 향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못 참겠지? 그냥 해버려.]
[못 버틸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너무 참는 건 몸에 안 좋아. 막 한 달씩 참으면 병 난다고.]
[네?]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코타마의 행동은 빨랐다. 손가락으로 질을 쑤실 때마다 나는 음탕한 소리도, 몸을 휘감고 입으로 나오는 쾌락의 여파도 신경 쓰지 않았다. 수치심이나 자존심을 비롯한 그 무엇도 성욕을 좇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흐으으읏!”
끊어질 것 같은 교성을 지르며 코타마는 더이상 펴지지 않을만큼 다리를 쭉 뻗었다. 기지개나 관절 운동이 아닌 절정에 이르렀다는 증거였다. 축 늘어진 채 숨을 헐떡이는 그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목 마른 자가 물을 마시듯, 배고픈 자가 음식을 먹듯 코타마는 자신의 성욕을 채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채우려 했다. 갈증이나 허기와 달리 이 성욕에는 만족감이란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다. 유방을 주무르고,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리고, 질 안에 손가락을 넣어 절정에 이르러도 그것은 잠시 뿐. 얼마지나지 않아 또 다시 가슴 속에서 색욕의 불은 피어올랐다. 그 증거로 그녀는 자신이 몇 번이나 간 건지,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도 모르고 있었다.
“후우으으…!”
다시 한 번 절정에 이른 코타마. 그녀는 자신이 뿜어낸 애액으로 질척해진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금새 사라져버릴 만족감을 만끽하던 중 그녀는 산통을 깨는 소리를 들었다.
[삑, 삑, 삑]
익숙한 버튼음. 그것은 방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알몸이나 다름없는 몸을 가리려 허둥거리는 사이 문이 열렸다. 방에 환한 빛이 들어왔고,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아이고 어두워라. 네가 어둠의 자식이니? 불 좀 켜는 게 좋겠다.”
희미한 시야였지만 코타마는 알 수 있었다. 수없이 들어온 목소리였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문이 닫히고 한 발자국씩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윽고 그가 자신의 앞에 섰을 때 코타마는 물었다.
“선생님은 분명 샬레에 있었을텐데 어떻게 여기에…?”
지극히 당연한 의문. 하지만 선생은 그것에 답하는 대신 지퍼를 내렸다.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었다. 코를 찌르는 수컷의 냄새. 코타마는 깨달았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째서 만족할 수 없었는지를 말이다. 온몸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고 위아래로 침이 흘렀다. 빨고 싶다, 핥고 싶다, 넣고 싶다 도저히 참기 힘든 충동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선생은 말했다.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된단다.”
너무나도 듣고 싶은 그 한마디였지만 그녀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일선을 넘어버리면, 저 맛을 알아버리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워진 것이다.
“괜찮아.”
몸 뿐만이 아닌 마음까지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큼직한 손이 자신의 머릴 쓰다듬으며 들려온 짧은 말은 두려움을 녹여버렸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간 입술은 결국 뜨겁고도 우람한 물건에 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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