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最古(최고) 추정 墨畵(묵화) 발견
경주155호분 유물함서
연대 연구에 획기적 자료
짙은 잿빛가죽에 백마 그림
주위에 10여개 蓮華(연화) 무늬도
【경주=고학용-황인석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것으로 추정되는 묵화가 23일 경주시 황남동155호 고분 유물함에서 출토됐다. 이 그림은 가로 1m, 세로 70㎝의 대형 두꺼운 가죽에 백마를 그려넣었고 주위엔 10여개의 연화로 보이는 무늬가 굵은 붓으로 그려져 있다. 가죽은 짙은 잿빛으로 돼 있다. 이 그림은 이제까지 삼국시대 것으로는 벽화만 있었을 뿐 묵화로 가죽에 그린 것으로는 최초의 것이다. 또 연화 모양의 무늬가 그려져 있어 이 고분의 연대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만일 이 무늬가 연화문으로 밝혀질 경우, 연화문은 불교의 상징인 것이므로 155호 고분을 이제까지 추정해 온 법흥왕 이전의 설을 뒤엎게 될 것 같다.
이 그림은 유물함 동쪽 장니(말배가리) 밑에서 활짝 펼쳐진 채 발견됐다.
그림솜씨는 붓으로 선이 굵고 다소 조잡했으니 얼핏 보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날 오후 그림이 발견됐을 때 발굴단은 의외의 유품에 잠시 넋을 잃었다.
발굴단의 한 조사관은 『금관보다 몇 배의 귀중한 것이다』며 감격해했다.
오전에 장니를 들어냈을 때만 해도 그 밑에는 거무스름한 섬유류가 있을 뿐 별다른 유물이 보이지 않아 발굴든을 실망시켰었다.
오후 작업에서 섬유질 세 겹을 조심스럽게 들어냈을 때 두꺼운 가죽이 나타나며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단은 24일 오전 이 묵화의 발굴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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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이용한 생활 보편화… 세계서도 유례 없어
[해설]
부장품 수장궤에서 말그림이 그려진 말가죽이 출토된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중대한 뜻을 가진다.
첫째, 가죽에 그림을 그린 예는 한국에선 처음 있는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이는 피장자 자신이 말을 가까이했다는 증거도 되려니와 당시 말을 이용한 생활이 보편화됐음을 말해준다.
피장자 머리 윗부분에서 순금제 그릇 등이 출토된 금관총의 경우와는 달리 마구 등 말에 관계된 유물이 쏟아져나온 것은 그만큼 말을 소중히 여겼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말이 당시 사회의 보편적인 생활수단이었다고 생각할 때 고대 일본을 지배했던 대륙의 기마민족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짙다.
둘째, 이 그림이 금동제 마구와 말총이 출토된 밑부분에서 나왔다는 데서 피장자의 애마를 순장시켰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사람을 순장시킨 기록이 있는 점으로 미뤄 피장자의 애마를 순장시키기 위해 말총과 가죽을 마구 밑에 놓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말그림 둘레에 그려진 연화문으로 보이는 문양은 순장을 위해 죽인 말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말그림 주위에 그려진 문양이 연화문으로 확인되면 고분의 연대추정과 주인공을 찾는 작업에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서울대 윤무병 교수는 『이 묵화가 우리나라 고분에선 물론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며 『미술사 뿐만 아니라 당시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