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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3.1 동아 (1).jpg

피끓는 청년의병 처절한 유격전
일제의 의병학살·탄압기록 사진 발견을 계기로 본 항일투쟁
日軍, 남해안에 함정 동원 「그물 포위 작전」
북에서 남으로 빗질하듯 뒤져 학살 자행


金義煥(김의환)
〈일본 규슈대 대학원 강사·한국근대사〉

 

 한말 항일 의병항전은 근대 우리민족 독립운동사에 위대한 전통을 수립해 놓았다.
 필자가 과겨 10년동안 독립운동사 편천위원회 조사집필위우너으로 일해오고, 또 일본에 와 계속 사료를 수집해 오던 중 최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고서대즉매회(古書大即売会)에서 처음으로 한말 의병항전의 희귀한 사진을 담은 사진첩을 발견하게 됐다.
 사진첩의 이름은 「남한 폭도 대토벌 기념 사진첩」(南韓暴徒大討伐記念寫眞帖·비매품·1910년 4월 5일 임시 한국 파견대 조제)으로 35×23㎝의 크기, 32장의 책에 116점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여기에서 폭도(暴徒)라고 한 것은 일제가 한말 우리나라의 의병(義兵)들을 지칭한 말이다.
 1896년 일어난 항일 의병 항전은 1909년으로 들어와 전라남북도로 항전의 중심지가 옮겨져 그곳 의병은 전국 의병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일본은 한국 병합을 1년 앞둔 1909년 9월 1일에서 동년 10월 30일에 걸쳐 이곳 의병 항전을 차단하기 위해 2개 연대 2200여 명의 대병력을 이곳으로 투입하여 남해안에 함정을 배치해 놓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대공격을 가하게 되었다. 일제는 이 작전을 「남한 폭도 대토벌 작전」이라 불렀다.
 이 작전에 종사한 일군 사령관 이하의 장교들이 그들의 공로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극소수의 비매품으로 간행한 것이 이번에 발견한 「남판 폭도 대토벌 기념 사진첩」이다. 이 때의 광경을 황현(黃玹)은 그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이렇게 기록해놓고 있다.
 『사위(四圍)를 그물치듯이 병력을 배치하여 마을을 빗(櫛) 빗듯이 집집마다 뒤져 조금이라도 혐의가 있으면 즉시 죽였다. 이에 길에는 행인이 끊어지고 이웃과도 통할 수 없었다. 의병들은 삼삼오오 사방으로 달아났으나 숨을 곳이 없어 강한 자는 싸워서 죽고 약한 자는 달아나다가 칼을 맞았다. 점차 쫓기어 강진, 해남에 이르러 달아날 곳이 없어 죽은 자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
 일본군 보고서에 의하면 이 기간동안 103명의 의병장이 피살(23명) 또는 체포(80명)되고 2천여 명에 달하는 의병들이 체포되었다. 일본측은 이들을 강도 살인죄로 몰아 처형하고 남은 자는 머리를 깎아 도로공사에 동원하였다. 또 이들을 고문할 때에는 묶어놓고 인분을 퍼 먹이는 등 갖은 만행을 다하였다.
 이 때의 항일 의병부대의 구성을 보면 10명에서 30명 전후의 의병부대가 전체의 72.6%를 차지하고 있었다. 극한상황에서 의병들이 소단위 게릴라 부대로 활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단위 게릴라 부대의 항전형태가 식민지하 독립군 전투로의 과도기의 항전형태였다.
 한편 이 때의 항일 의병장들의 연령을 보면 20~34세까지가 전체의 71.6%를 차지하고 있었다. 피끓는 청년들이 구국운동에 앞장선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사진첩에 수록돼 있는 희귀한 의병항쟁의 사진들은 비록 그것이 일본군에 의해 만들어지기는 하였으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의병항전의 생생한 사진자료다.
 특히 1909년 일본군의 소위 남한 대토벌에 끝까지 항전하다가 체포된 「호남의 병장들」(7면에 사진)은 당시 일본군이 크게 두려워한 의병장들이다.
 이 가운데 「심남일」은 200에서 700명의 의병을, 「강무경」은 200명에서 500명의 의병을, 「김원국」은 100명의 의병을, 「안계홍」은 200에서 300명의 의병을, 「황두일」은 79명의 의병을, 「양진여」는 50명의 의병을 각각 거느리고 크게 항일전의 위세를 떨쳤다.
 또 의병장 「전해산」은 300명이 넘는 의병을, 의병장 「양상기」는 80여 명의 의병을, 의병장 「권택」은 30여 명의 의병을 각각 거느리고 일본군에 큰 타격을 주었다.

1986.3.1 동아 (2).png

「최후의 항일의병」 기록사진 발견
재일사학자 金義煥(김의환) 교수 오사카서
일제가 1910년에 발행한 사진첩
의병장 모습·처형장면 등 116점
화승총·삼지창 등 무기류도 보여
호남서 끝까지 저항…2천여 명 체포되거나 피살
도쿄=張誠源(장성원) 특파원

 

 한일 강제합방 직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항전하다 체포된 의병장과 의병들, 그들이 처형당하는 장면, 화승총 삼지창 등 그들이 사용하던 무기류를 담은 사진 116점이, 3·1절 67주년을 맞아 발견돼 구국항전에 몸바친 의병들의 민족혼을 되새기게 됐다.
 이 사진들은 처음 발견되는 것이어서 의병연구에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있는 김의환 박사(한국근대사·일본 규수대학원 강사·데즈카야마가쿠인 대학 교수)가 「오사카」의 고서대즉매회(古書大即売会)에서 입수한 이들 사진은 1910년 4월 5일 발행된 「남한 포도 대토벌 기념 사진첩」에 수록된 것들이다.
 이 사진첩에는 한일 강제합방 1년 전 호남지방에서 끝까지 항거하다 사로잡힌 심남일 등 의병장 16명이 함께 찍힌 것을 비롯, 의병장 개인 혹은 2, 3명씩 찍힌 것들 모두 9장의 인물사진이 있다.
 이와 함께 △화승총, 뇌관식 화승총, 권총, 창, 삼지창, 곤봉, 죽창 등 의병들이 사용했던 무기 사진 2장 △한꺼번에 사로잡힌 의병장 황두일과 부하들의 모습 △체포된 의병들에게 친일파 전라감사가 훈계하는 모습 △의병들을 추격, 수색하는 日軍(일군)의 사진 2장 △체포된 후에도 끝까지 저항하다 교수형에 처해지는 의병들의 모습 등이 포함돼 있다.
 김 교수는 사진첩의 제목과 사진설명, 발행연대로 볼 때 이 사진들은 1910년 9월 1일부터 꼭 두 달간 호남지방에서 벌인 「남한 대토벌 작전」 당시에 찍은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작전에 대해서는 조선 주둔 일본군사령부가 펴낸 「조선 폭도 토벌지」에 자세한 기록이 나와 있는데, 이 사진첩은 작전에 참여한 日軍이 그들의 공로를 자랑하기 위해 극소수의 비매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군 기록에 따르더라도 이 작전에서 의병장만 103명이 피살(23명) 또는 체포(80명)됐으며, 의병 2천여 명이 생포돼 이 중 상당수가 처형당하고 나머지는 삭발, 도로공사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특히 2개 연대 2천여 명이 동원돼 「攪伴(교반) 작전」이란 새 전법으로 호남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 이 전법은 지역을 세분화, 분담지역 내 의병을 전후좌우로 반복공격해 의병 근거지를 섬멸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진들을 검토한 윤병석(인하대·한국사), 신용하 교수(서울대·한국사) 등 국내 학자들은 『의병 사진이라고는 1907년 영국 「데일리뉴스」지 기자 「매켄지」가 경기도 양주에서 찍은 두 장밖에 없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한말 의병연구에 결정적 자료가 된다』며 『이중 몇몇은 교과서에 실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신 교수는 포로로 잡힌 의병장들이 갓과 도포를 입고 사진 찍힌 것은 일제가 고문을 은폐키 위해 연출한 것으로, 그렇지 않다면 전해산, 심남일과 같은 큰 유학자가 테가 좁은 갓을 썼을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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