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컬 [재연재] 2장 Chapter 1. 요정의 터 (1)
출처 | https://cafe.naver.com/trickcal/16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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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daum.net/rollthechess/qGtL/170?svc=cafeapi
Ch2. 나무의 관찰
1. 요정의 터
“똑똑똑. 엘드르. 똑똑똑. 엘드르. 똑똑똑. 엘드르.”
왜 꼭 세 번씩 노크하는 거야, 에린?
“이 세상에는 네가 잘 모르는 이론이 존재해, 엘드르.”
에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50개 별의 수호를 받는 곳에서……. 음, 아직 너한테는 어려우니까 나중에 설명해 줄게.”
역시 에린은 모르는 게 없구나? 그런 이론도 알고. 에린은 나도 모르는 내 이름도 알고 있었지. 사실 에린은 전부 다 알고 있는 거지?
“아니라니까 그러네. 얘는 무슨 장난도 못 치겠어.”
“그런데 있지, 이건 확실히 하자. 나라고 해서 전부 다 아는 건 아냐. 모르는 거 천지라고. 그냥 어디서 배운 걸 아는 것뿐이야.”
배워? 너도 나처럼 아무것도 모를 때가 있었어?
“어릴 땐 그랬지. 참새가 커서 비둘기가 되는 줄 알았으니까. 음, 아무튼 배워서 아는…….”
-콩
어?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무슨 소리야, 엘드르? 뭐가 들렸다고?”
-콩콩
저 콩콩거리는 소리 말이야. 에린은 안 들려?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그것보다 말이야.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넌 너무…….”
-콩콩 –콩콩콩!
“아, 시끄러워! 에린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리잖아!”
계속 시끄럽게 울려대는 콩콩 소리에 짜증을 버럭 내며 눈을 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을 차렸다. 파란 하늘이 눈부셨다. 그리고 에린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에린이랑 떠들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서 그런 모양이다. 약간의 버벅거림을 겪은 다음에야 내가 잠들었다가 막 깨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콩콩콩!
그리고 나를 잠에서 깨운 소리는 여전히 내 밑동 근처에서 들리고 있었다. 이상하게 그 부분이 간지럽기도 해서 살펴보니 인간과 닮은 요정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그러고 보니 잠들기 전에 한창 요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저렇게 많이는 안 만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그만해! 기념식수를 이렇게 막 개발하면 아, 안 돼!”
“돼! 이렇게 큰 나무를 개발하면 얼마나 많은 주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
“아, 안 된다구……. 기념식수를 훼손했다가는 큰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그, 그 뭐더라…… 아, 녹지조성이 잘돼야 동네가 보기 좋단 말이야.”
기념식수가 뭔데? 주거지는 또 뭐고?
요정들은 두 패로 나뉘어서 다투고 있었다. 한쪽은 도끼를 들고 나에게로 접근하려 했고 다른 한쪽은 그런 요정을 막으려고 했다.
일단 궁금하니까 이 조막만 한 것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계속 들어보자.
“녹지조성 이전에 일단 살 집부터 마련해야지. 요정이 살고 봐야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하, 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기념식수가 존재했는데. 그리고 함부로 건드렸다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 어떡하려고?”
대화가 잘 안 되는지, 도끼를 든 쪽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고 막으려는 요정은 아예 벌러덩 드러누워 강짜를 부렸다.
“말로는 안 되겠어! 얘들 무시하고 일단 기념식수부터 베어버려!”
“아, 안 돼! 우리 기념식수를 개발하려면 차라리 날 밟고 가라!”
대충 알겠다. 그러니까 기념식수가 날 가리키는 모양이네. 왜 내 앞에서 저렇게 떠드나 했더니, 날 개발하려고 그러는 거구나. 응? 날 개발하려고?
밀어붙이는 요정들은 말 그대로 막는 요정들을 밟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각자 손에 든 허접한 도끼를 나에게 휘둘렀다.
콰직!
[으악! ■■!!!]
언젠가 에린이 내질렀던 험악한 어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이거 뭐야? 왜 이렇게 아픈 건데?
“뭐, 뭐야? 방금 들었어?”
“야 너두? 나한테만 들린 거 아니지?”
전혀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프다. 비록 내가 입도 없는 나무지만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팠다.
요정들은 내 비명에 화들짝 놀라서 도끼를 떨어트리거나 몸을 덜덜 떨었다.
전방에 우렁찬 비명을 몇십 초간 발사한 나는 고통이 조금 가시자 머리끝까지 화가 차올랐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소리에 맞춰 땅바닥에서 나무줄기가 솟아올랐다. 나무줄기는 순식간에 요정이 들고 있던 도끼를 빼앗아 패대기쳤다. 일단 거기까지는 울컥해서 했는데 그대로 요정들까지 잡으려니 너무 심한 거 같아서 관뒀다.
하지만 겁먹은 요정들은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요정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고, 그제야 제대로 된 숲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래 아무것도 없던 공터에는 수백 채의 집이 들어서 있었는데, 나와 에린이 만든 나무집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돈되어 보였다. 방금 내 앞에도 많은 수의 요정이 모여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요정이 이곳에 사는 모양이다.
[숨어 있지 말고 나와.]
나는 나무줄기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제대로 못 숨어서 문과 창틈으로 팔다리가 삐져나와 있는 걸 보니 화낼 기운이 사라졌다.
그러자 요정들은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더니 요정 하나를 발로 차서 집 밖으로 내쫓았다.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요정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요정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서 오들오들 떨었다. 울먹거리기까지 하는 걸 보니 꽤 겁먹은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무서웠나?
자세히 보니 요정은 머리에 화려한 관을 쓰고 있었다. 옷차림도 가장 화려하고 장신구까지 많은 걸 보아 요정들의 대표자인 모양이다.
[어떻게 나에게 상처를 낼 수 있지?]
“그, 그냥…… 다른 나무보다 덩치만 큰 줄 알고…… 죄, 죄송…….”
[나는 너희가 어떻게 나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물었어.]
“네? 그게…… 그러니까…….”
이 숲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하나 존재한다. 그 무엇도 절대로 나를 해치지 못한다. 내 피조물인 이상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나를 아프게 했다. 분명히 콩콩거리는 소음 정도만 유발한 녀석들이 갑자기 내게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이다.
[말해.]
“원래는 그냥 나무처럼 자르고 속을 파내려고…… 헙! 죄, 죄송합니다!”
[……화내지 않을 테니까 계속 말해.]
“예, 예……. 그, 그래서 도끼로 먼저 패보았는데…… 도끼날이 조금도 들지 않아서…… 마법을 바른 도끼로 찍었습니다…….”
마법을 바른다는 게 무슨 소리야? 아니, 애초에 난 요정에게는 마법을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마법을 어떻게 발랐지?]
“보통은 도끼가 무거워서 경량화 마법 정도만 부여하는데요. 기념식수……님을 잘라보려고 온갖 마법을 다 가져다 붙였어요.”
이제 좀 겁이 달아났는지 요정은 떨지 않고 말했다. 그건 좋은데 요정이 하는 말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똑바로 된 것도 아니었고.
[나는 ‘어떻게’라고 물었어. ‘왜’가 아니라.]
“아, 아…… 그건 물체에 마법을 덧씌우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저희는 생명이 없는 물체에 마법을 고정할 수 있거든요.”
문득 부르스타와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무생물이 아니었지만, 마법이 부여된 원리가 비슷했다.
[마법은 누가 가르쳐줬어?]
“저기 저- 서쪽 산에 사는 정령들이 기초적인 걸 가르쳐줬어요. 그걸 저희가 연구하고 개량해서 지금처럼 만든 거예요.”
역시 정령이 맞았어. 에린을 돕기 위해 만든 녀석들인데 아직 남아 있는 건가? 하기야 내 숲에서 죽음을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 잠들었으니까 죽진 않았겠네.
그러면 그 애들이 요정을 도와준 거로군. 툴툴거리긴 해도 에린을 닮아서 착한 애들이었으니까.
[이해했다. 그런데 왜 날 ‘기념식수’라고 부르지? 너희는 내 이름을 몰라?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건가?]
“저, 저기 그게…….”
[모른다는 뜻이지?]
“예, 예……. 모르겠어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내가 이 숲을 만들었단 말이야!]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사, 살려, 살려주세요! 죄, 죄송해요오오!!!”
이해할 수 없어서 큰 소리를 냈는데 내가 화났다고 오해했나 보다. 요정은 아까보다 더 겁을 집어먹고서 고개를 거의 땅에 박을 기세로 떨었다. 어라? 얘 운다.
운다고 달래줄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보다 요정이 한 말을 정리해보았다.
요정들은 내 존재를 모르고 나를 베려고 했다.
정령이 요정에게 마법을 가르쳐 줬다.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요정은 수가 불어났고 세련된 집과 화려한 옷도 만들었다.
신기한데? 얘들이 진짜 내가 잠자는 동안 자기들끼리 이렇게 발전했단 말이야?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대견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시 물어볼게. 내 이름은 엘드르다. 정말 들어본 적 없어?]
“죄송합니다, 기념식수님! 앞으로는 절대 베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주변에서 떠들지 않겠습니다! 쓸데없이 크기만 한 나무라고 욕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건 좀 울컥하는데?
하지만 내 질문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할 정도로 떨고 있는 요정을 보니 올라오던 화가 다시 내려갔다. 오히려 조금 불쌍했다. 처음부터 내 질문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긴장한 아이다.
내가 너무 과격하게 말했나? 아무래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겠는데. 흠. 에린과 만났을 때처럼 실체화한다면 그나마 덜 겁먹을 테지? 그렇게 하자.
나는 몸을 실체화시켰다. 요정의 외모는 인간과 비슷했으니까 외모는 예전 그대로였다.
대신 옷차림은 요정들이 지금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구현했다. 자기들 나름대로 저런 양식을 만들었다는 게 재밌으면서도 기특하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실체화되었다. 나는 아직도 덜덜 떨고 있는 요정의 머리에 손을 얹고 최대한 따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무 몰아붙였던 것 같구나.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니까 이만 일어나보거라.”
“에, 예?”
바닥과 이마의 접촉면이 얼마나 넓어지는지 시험하고 있던 요정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눈을 더 커다랗게 뜨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긴 놀라는 게 당연하지. 위엄에 찬 거대한 나무가 갑자기 자기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니까. 물론 나는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당황을 이해해줄 수 있…….
“야. 넌 뭔데 건방지게 여왕의 머리를 만져?”
지 않네.
내가 네 창조주입니다만?
- 트릭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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