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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 나무의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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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리아스 숲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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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빛이 사라진 이후 그곳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곧장 엘프들이 실패라면서 시장에게 따지고 들었고, 시장은 이게 왜 자기 혼자 작동하냐면서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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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엘프들을 뒤로하고 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그들에게 뻗었던 가지도 거둬들였다. 한껏 기대했는데 실패라니……. 엘프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 없는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신경을 완전히 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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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 나는 우울함에 절어서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슴을 가득 채웠던 기대와 희망이 죄다 우울함으로 바뀌어서 나를 덮쳤다. 엘프에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었고 숲의 다른 종족도 실망이긴 마찬가지다. 또다시 잠이나 잘까? 잠 좀 자고 나면 이 우울한 기분도 사라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막 잠들려는 차에 요정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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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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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역시 나만 본 게 아니네. 아까 그거 뭐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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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여왕이랑 사제장이 조사해보고 알려준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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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요정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잠자는 대신 감각을 펼쳐 주변을 살폈다.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한 게 하나 걸렸다. 그곳으로 이동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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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늑대는 아니다. 새끼늑대랑 약간 비슷하게 생겼지만 보다 짜리몽땅했다. 주둥이도 짧고 다리도 짧고 몸통도 짧고. 그렇다고 벌레라고 보기엔 너무 큰 생물이 초원에서 신나게 뒹굴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새로운 종족인가? 아직 날 못 알아차리는 거 보면 이 애도 실체화해야 알아보겠지? 나는 요정으로 변해서 짜리몽땅한 생물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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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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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 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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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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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 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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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오로 대답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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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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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다. 네가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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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이 숲에 사는 존재는 모두 지성에 상관없이 나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를 모르는 짐승이라도 기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고 풀과 꽃도 목이 마르다는 정도의 의사는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니다. 아예 소통이 안 된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나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전혀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말을 못 하는 건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말을 하는 건지…… 아니,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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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장치 때문에? 혹시…… 너 여기서 태어난 게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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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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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하는 거지?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 쓸데없이 계속 말을 걸다니. 근데 미묘하게 말을 하면 반응을 한단 말이지? 내가 말을 걸면 짖으면서 방방 뛰고. 저 짤막한 다리를 바쁘게 놀리면서…… 좀 귀엽네. 녀석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내 냄새를 맡더니 도도도 거리며 뛰어갔다. 나와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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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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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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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다가가니 다시 뛰어갔다. 진짜 뭐 하자는 걸까? 가만히 서 있으니 또 뛰어가다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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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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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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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오로 구분할 수 없는 대답이지만, 왠지 예라고 들은 느낌이었다. 보기보다 똑똑한가? 몇 번을 반복해보니 확실히 자신을 따라오라고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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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아. 안 그래도 잠이나 자려는 참이었는데 같이 놀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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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분도 전환할 겸 해서 이 녀석을 따라가기로 했다. 정말 이 애가 엘프의 장치가 잘못 작동해 내 숲에 떨어진 ‘손님’이라면, 내가 보살펴줘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녀석을 좀 따라다니면서 하는 짓을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본 후에 나는 진심을 담아서 녀석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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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 뭐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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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녀석이 숲을 뽈뽈뽈 뛰어다녔다. 그러다 한 곳에 멈춰서 다리를 한 짝 들어 올리더니 쪼르르 소변을 본다. 나는 녀석의 ‘영역표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숲에 살던 짐승들이 이 녀석의 영역표시를 경계하며 계속 달려들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아이에겐 위험하기에 내가 다 막아준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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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위험하니까 어서 나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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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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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억지로 끌고 나갈까 싶으면 이 녀석은 고개를 들고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날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러면 도저히 이 녀석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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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마법도 못 쓰면서 어떻게 내가 마음대로 못 하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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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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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얘가 짖는 것도 웃기고, 말도 안 통하는 데 계속 말 거는 나도 웃기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진 않아서 녀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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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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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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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그럼 내가 지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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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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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과 처음 대화했을 때처럼 계속 아무 말이나 하다 보면 언젠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겠지. 그러니 그때의 에린처럼 이름을 지어주마. 이 녀석은 동글동글하고 푹신푹신하게 생겼다. 짜리몽땅한 거야 이미 잘 아는 사실이고. 보다보니 요정들이 만든 빵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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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처럼 생겼으니까 ‘식빵’이라고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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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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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그다지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좀 같이 다녔다고 슬슬 이 아이가 어떤 느낌으로 짖는지 알 것 같았다. 식빵이 싫으면 뭐가 좋을까? 온통 하얀 게 어디서 본 느낌인데…… 아! 요정들이 이상한 갈색 가루 타서 먹는 하얀색 음료! 딱 그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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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름이 뭐였더라? 끄응…… 코코아에 우유를 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 우유에 코코아를 타는 거랬나? 왜 요정들은 이렇게 헷갈리게 이름 지은 거야? 아무튼 우유나 코코아 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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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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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라고 중얼거리자 녀석이 아까 보다 크게 짖었다. 헥헥대며 내 주위를 도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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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코코아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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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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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코코아야. 그리고 난 엘드르라고 해. 엘드르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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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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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는 뜻 같은데 왜 엘드르로 안 불러주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코코아는 기분이 좋은지 내 품에서 빠져나와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녔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함께 숲속을 마구 뛰어다녔다. 지나가던 요정이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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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는 냄새를 꽤 잘 맡았다. 특히 음식 냄새는 정말 잘 맡았는데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히 포착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까부터 뭔가에 홀린 듯이 냄새를 맡고 다녔다. 그러는 사이 수인들이 사는 지역까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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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새끼늑대를 인간처럼 만든 기억이 있어서인지, 내가 잠자는 동안에 짐승과 인간을 섞은 듯한 수인이라는 종족이 새로 생겨났다. 수인은 각기 원본이 되는 동물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주로 귀가 그랬다. 오래전에 처음 변화시켰던 새끼늑대도 귀는 끝까지 남았던 게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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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은 말도 하고 나름대로 문명을 꾸렸지만, 요정보다는 훨씬 원시적인 형태로 살았다. 처음 봤을 때 옛 실수가 생각나서 지켜보았는데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솔직히 옛 실수가 생각나서 보고 싶은 마음도 덜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수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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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는 짐승과 비슷한 수인의 냄새에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동물은 다른 동물의 냄새에 민감하니까 말이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던 코코아가 곤란해 보여서 내 품에 안았다. 사실 그냥 토실토실한 몸을 안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안았다. 어디로 가는 게 뭐가 중요한가? 이 귀여운 걸 안는 게 제일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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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를 안은 채 옛 기억을 되살려 수인들의 마을 쪽으로 향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코코아가 갑자기 바둥거리며 내 품을 빠져나왔다. 코코아는 킁킁 냄새를 맡더니 땅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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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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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가 진흙을 먹는 줄 알고 놀라서 말렸는데, 자세히 보니 엘프들이 양철통에 보관해두고 먹는 간이식량 비슷한 음식이었다. 당장 코코아가 먹는 것 외에도 주변에 양철통이 널브러진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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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앙! 그거 내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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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저 멀리서부터 뛰어와 양철통에 달려드는 코코아를 떼어놓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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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꺼야! 다 내 꺼야! 니 꺼 없어! 그만 먹어! 우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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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같은 종족인가?
 

 

나타난 건 수인이었는데, 간이식량을 먹는 코코아를 울면서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코코아는 끈기 있게 간식을 죄다 먹어 치우고 난 후에야 만족해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 어떻게 저렇게 배를 빵빵하게 불려놓고 널브러져 자는지…… 그래도 저 배는 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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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꽁쳐 둔 건데!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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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하늘로 향하고 널브러져 자는 코코아에게 수인이 따졌다. 그래봐야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져서 슬며시 수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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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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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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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게 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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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물러났던 수인이 내 외모를 보고 안심했다가 다시 살짝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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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요정이 여긴 어떻게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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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책하다가 보니까. 그건 그렇고 이 간식은 다 어디서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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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아, 사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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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가 이 양철통에 든 거 말하는 거지? 응.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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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인데 그걸 몰라? 너희 요정들이 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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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들이 너희한테 사료를 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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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수인은 서로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수인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지켜본 요정들은 단 음식만 먹는 애들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저 간이식량은 요정이 먹을만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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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맞아. 며칠마다 수인 마을에 계속 배달이 와. 무지무지 많은 종이 상자 안에 통조림이 수십 개씩 들어 있어! 배고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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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에 감탄하며 수인을 살펴보았다. 하얀 머리의 수인은 약간 졸린 눈으로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꽤 어린 수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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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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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게 아니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 통조림을 네 친구가 다 먹어버렸어! 안 그래도 요즘 사료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안 좋아서 겨우 꿍쳐둔 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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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있지? 그게 내 탓은 아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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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가 뺏는 게 제일 나쁜 거랬어! 요정들은 이상해! 내 사료 돌려줘! 우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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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나뒹굴면서 울기 시작한 수인이었다. 난감하네. 주변을 둘러보다 바닥에 나뒹구는 통조림 중 하나가 반쯤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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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은 게 있는데. 이거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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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아! 있다! 헤헤헤! 다 내 꺼야. 내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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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안 뺏어 먹을 테니까 천천히 맛있게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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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내가 의젓해지는 느낌에 수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일어났다. 아까 수인이 시끄럽게 울어서인지 코코아가 일어나서 어디론가 뒤뚱뒤뚱 가고 있었다. 나는 코코아를 따라서 걸어가며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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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들은 너무 단순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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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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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도 동의하는 바이다.